[영화로 먹는 요리]‘뉴욕의 가을’ 속 부야베스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38분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냈던 영화 ‘뉴욕의 가을’.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지금이야 관광객도 뚝 끊겼고, 탄저균과 테러공포 때문에 암흑의 도시가 되었지만 ‘뉴욕의 가을’이 개봉된 1년 전만 해도 뉴욕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다.

가을빛으로 물든 센트럴파크에서 데이트하는 남녀가 있다. 남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여자는 이제 스물을 갓 넘었을 듯한 청순한 아가씨. ‘뉴욕의 가을’에서 윌(리처드 기어)은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경영자다. 샬롯(위노나 라이더)은 윌의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스물두 번째 생일파티를 여는데, 이때 윌은 직접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한다. 그런데 주방에선 재료 담당자의 실수로 칠레산 농어와 다른 손님이 주문한 부야베스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날 윌이 요리하려던 부야베스는 우리나라의 신선로, 태국의 도미찌개와 더불어 세계의 3대 찌개로 불리는 음식이다. 남프랑스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에서 처음 만들어진 부야베스는 지금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요리가 됐지만, 사실 이 요리의 시작은 지극히 서민적이다. 마르세유 어부들은 흠집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지는 생선들을 집에서 끓여 먹었는데, 이것이 부야베스의 시초였다. 이렇게 단순하고 가족적인 요리로 시작된 부야베스는 남프랑스 지방의 명물 요리가 됐고, 지금도 마르세유의 레스토랑에 가면 부야베스만큼은 지배인이나 주인이 직접 나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개인 접시에 덜어준다.

부야베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숭어나 도미, 쏨뱅이, 뱀장어 같은 네 종류 이상의 생선이 사용되는데, 여기에 올리브유와 산초 가루를 넣고 푹 삶아 국물만 건져내면 이것이 생선 수프가 된다. 수프를 먹고 나면 부야베스가 서빙되는데, 꼭 탕수육이나 팔보채처럼 넓은 접시에 수북이 담겨 나와 개인 접시에 덜어먹는다. 이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맛보길 바란다.

<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 저자·기호학 박사 > baikseungkoo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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