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입고 버젓이 담배” 청소년 절대금연구역 지정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38분


“요즘 중고교생들이 교복을 입고 화장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대는 통에 손님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울 모여고 김모 교사(31)는 얼마 전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 앞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항의성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이 식당을 찾았다. 주인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매일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영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교사가 화장실 문을 열자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교복 차림의 학생 10여명이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를 보고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사라졌고 다른 손님들은 화장실을 쓰지 못해 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김 교사는 “한 반에 30% 정도가 교내외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옛날에는 교사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적발했지만 요즘은 ‘담배꽁초를 잘 버리라’고 훈계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흡연 실태〓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은 남자 고교생의 흡연율은 97년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인 35.3%에서 2000년 27.6%로 낮아진 반면 남자 중학생은 3.9%에서 7.4%으로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고생 흡연율도 97년 8.1%에서 99년 7.5%, 2000년 10.7%로 증가 추세이고 초등학생 남학생은 12.3%, 여학생은 3.4%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흡연이 늘면서 교내에 학생용 재떨이까지 등장했다. 서울 E여고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학생들이 꽁초를 함부로 버려 변기가 막히는 경우가 많아지자 아예 재떨이를 설치했다.

▽청소년 흡연과의 전쟁〓청소년 흡연이 심각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3일 ‘청소년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교육청은 물론 시내 초중고교 등을 ‘절대 금연구역’으로 지정, 흡연예방과 금연교육을 강화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6월부터 교육청과 학교 등의 사무실과 교무실 등에서 교직원의 흡연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청소년 금연 교육을 위해서는 교직원의 솔선수범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교직원 연수과정에 금연교육도 포함시켜 캐나다 등 금연 선진국에 교사들을 보내 금연연수도 추진하기로 했다.

유인종(劉仁鍾) 교육감은 “나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며 1일부터 금연을 선언했고 부교육감 등 간부들도 금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유 교육감은 “여학생과 초등학생까지 담배를 피우는 등 청소년 흡연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를 중심으로 교직원부터 솔선수범해 청소년 흡연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특히 교내 금연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내 고교 중에서 ‘금연운동 중심학교’를 지정하고 학교장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흡연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학교별로 학생회나 학급회 등을 통해 자율 금연운동이 활성화되도록 교칙 개정도 유도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교육청과 학교별로 학교 금연운동 추진팀을 구성해 흡연예방 및 금연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흡연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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