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되어온 각종 ‘부패 게이트’들로 부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9명꼴로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보고 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적으로도 스스로 법질서를 지키거나 뇌물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국민이 10명 중 4명 꼴에 그치는 등 국민의 윤리의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비존이 7일 전국의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의 한 방법인 멀티텔레서베이(Multi-Tele-Survey)를 실시한 결과, 91%의 응답자가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63%가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 밖에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27%는 ‘법을 지키면 오히려 자신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국민 개개인의 윤리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즉,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34%였고(‘그렇지 않다’ 40%),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뇌물을 쓸 것’이라는 사람도 37%나 됐다(‘그렇지 않다’ 37%). 또한 ‘부정과 부패를 목격해도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한다’는 사람은 31%였다.
‘10년 후쯤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많이 줄어들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지금과 별 차이 없을 것’(49%)이라거나 ‘더 심해질 것’(15%)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많이 줄어들 것’(30%)이라는 견해보다 우세했다. 부패를 없애기 위한 우선 과제로는 ‘법제도 강화’ 32%, ‘정치권 정화’ 30%, ‘사회 문화적 환경 개선’ 24% 등의 순으로 꼽혔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지난해 11월 서울의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슷한 내용의 조사 결과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중고교생이 41%, ‘부정과 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한다’는 중고교생이 33%였다.
특히 조사에 응한 중고교생 중 41%는 자신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서 부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응답, 이번 조사에 나타난 어른들의 견해보다 더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었다.
멀티텔레서베이:일반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이용한 유·무선 복합 전화여론조사 방법. 휴대전화 보급률과 재택률(在宅率)을 고려해 응답자의 연령층에 따라 접근성이 높은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표본으로 선정된 응답자와의 면접성공률을 높이고 조사의 정확도를 제고시킨 최첨단 여론조사 방법이다.
나선미전문위원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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