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암은 85% 이상이 주변 생활 환경이나 습관 때문에 발생하고 5∼20년 동안 서서히 진행한다. 암 환자는 병 발생 몇 년 전의 생활을 후회하곤 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암을 키워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적으로도 현재 암 발생 추이는 몇 년 전이 아니라 70, 80년대의 시대 상황이 낳은 산물이다. 현재 폐암 발병이 늘고 있는 것은 70년대 흡연 인구가 확산된 결과이다. 반면 80년대 냉장고의 확산과 B형 간염 백신의 보급은 각각 위암과 간암의 발병을 서서히 줄여가고 있다. 80년대 이후 식생활의 서구화는 현재 대장암의 발병률 증가를 부르고 있다. 또 여성의 취업으로 인한 만혼(晩婚)과 늦은 임신 등은 유방암을 증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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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서구형 암’이 늘고 ‘전통적 암’이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각종 통계조사에 바탕하고 있지만 이들 조사는 모두 나름대로 한계가 있어 이들을 ‘모자이크’한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암 발생률과 사망률 조사〓암에 대한 조사는 발생률과 사망률로 구분된다. 발생률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암 환자 등록 현황’을 내고 있지만 전국 120여개 종합병원의 환자 수만 집계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92년부터 ‘서울시 지역암등록 사업단’이 구성돼 서울시의 암 발생 통계를 내고 있지만 국제 기준으로 암은 5년 단위로 집계해서 5년 뒤 공인하므로 현재 92∼95년 통계만 나와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의 암 발생 변동 추이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92∼95년 서울시 조사로 남성암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순이었으며 여성암은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의 순이었다.
사망률의 경우 매년 통계청이 통계를 내고 있지만 암 사망자로 분류된 사람 중 의사가 확인한 경우는 62%에 불과한 것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00년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사망률 1위 암으로 올랐다. 남성은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의 순이고 여성은 △위암 △폐암 △간암 등의 순이었다.
▽‘모자이크’의 해석〓현재 매년 10만명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발병률은 완만히, 그러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5∼64세에는 변동이 거의 없지만 65세 이상에서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암의 종류별로는 서구형 암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적 암은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위암은 발생률은 미미하게 낮아지고 있는데 조기 진단 및 수술기법의 향상으로 사망률은 급격히 줄고 있다. 간암도 발생률 사망률이 줄고 있으며 특히 ‘백신 세대’인 20대가 50세가 되는 2030년경이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장암은 증가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폐암은 10∼20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난소암 등이 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은 발생률이 거의 변동이 없지만 진단 및 치료법의 발전으로 사망률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안윤옥 교수는 20, 30대는 건강한 40, 50대를 누리기 위해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간 자궁 뿐만 아니라 대장 폐 유방 등도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게 좋다.
대장암은 50세 이상일 때 5∼10년에 한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전문의의 조언을 듣는 게 도움이 된다.
또 폐암은 20년 이상 흡연한 경우나 5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정도 저용량 CT 검사를 받는 게 조기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방암은 30∼35세이면 매달 한 번 손으로 유방을 자가 검진하고, 35∼40세는 1년에 한 번 의사의 유방 진찰을 받아야 한다. 40세 이후는 1, 2년에 한번 의사의 유방진찰과 엑스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한편 지방이 많은 음식은 대장암 발병과 직접 관련이 있으므로 채식 위주로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또 탄 음식, 짠 음식을 피하고 과일 야채를 먹어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서울의대 암연구소 방영주 소장은 “암을 예방하는 건강식은 미용식과 일맥 상통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미용식’은 암뿐만 아니라 최근 갑절 이상 증가한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암Q & A
Q>암은 사람만 걸립니까?
A>뱀 닭 개구리 물고기 등 동물에서도 사람과 같은 암이 발견된다. 동물에 생기는 암은 바이러스 탓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암이 있다. 토끼풀 담배 소나무 떡갈나무와 데이지 등의 식물도 암에 걸리는데 식물의 암도 바이러스 탓인 경우가 많다. 한편 사람의 경우 전립샘암은 흑인이나 백인, 위암은 동양인에게 많이 생기는 등 인종이나 민족 별로 각종 암의 발병률이 다르지만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걸리는 암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
담배를 피우면 4000여종의 화학 성분이 인체로 흡입되며 이 중 200여종은 유해 물질이고 45종은 독성 발암물질로 밝혀졌다.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일 때 보통 50㎎의 연기 성분이 인체에 흡수되는데 일산화탄소, 디메틸 니트로소아민 등 기체 성분이 60∼70%, 니코틴 타르 등 미세 입자가 30∼40%이다. 흔히 니코틴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니코틴은 주로 뇌에 작용해서 중독을 일으키며 발암의 주범은 벤조피렌을 포함하는 타르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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