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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준화' 진단▼ |
▽“교육여건 향상 기여”〓교육부는 “과거에는 대학진학 실적 등이 좋지 않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교들이 평준화정책과 함께 학생들을 배정받고 교육여건 개선비를 지원받아 학교 여건도 크게 좋아졌다”며 “평준화정책이 학교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데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평준화의 가장 큰 단점은 수준 차이가 큰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수월성(秀越性) 교육이 어렵고 결국 학력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는 대목.
서울 S고 이모 교사는 “학생 수준이 제각각이라 어느 학생도 만족시킬 수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을 따돌리는 현상도 있어 우수학생들은 학교 공부는 제쳐두고 학원 공부에 치중한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강요식(姜堯植) 교사는 “과학고 학생들은 학력 차이가 별로 없어 수업을 밀도있게 진행할 수 있어 학업 성취도도 높다”며 “이런 아이들이 일반고에 진학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구분 순위 읽기 수학 과학 영역별평균 1 핀란드 일본 한국 2 캐나다 한국 일본 3 뉴질랜드 뉴질랜드 핀란드 4 호주 핀란드 영국 5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6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7 영국 스위스 호주 8 일본 영국 오스트리아 9 스웨덴 벨기에 아일랜드 10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상위5%학생 1 뉴질랜드 뉴질랜드 일본 2 호주 일본 영국 3 영국 스위스 뉴질랜드 4 핀란드 호주 호주 5 캐나다 영국 영국 6 미국 한국 핀란드 20 한국 - -
▽학력격차 해석 제각각〓그렇다면 과연 평준화 고교와 비평준화 고교간에 실력 차이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이에 관한 연구가 많았지만 이를 뚜렷하게 입증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평준화정책과 지적 수월성 교육 관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22개 일반고 학생 10만2262명을 대상으로 고1, 고3 때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결과 400점 만점에 평준화고의 평균 점수(267.86점)가 비평준화고의 평균 점수(252.51점)보다 15.35점 높은 것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위권(2.28%) 학생은 비평준화고(354.63점)가 평준화고(351.85점)보다 2.78점 높게 나왔다.
강태중(姜泰重·교육학) 중앙대 교수는 “이것만 갖고 평준화 폐지의 근거로 내세울 수는 없다”며 “평준화정책을 급격히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국제 연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회원국 27개국을 포함한 32개국의 만 15세(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 대해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 따르면 전체 한국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읽기 6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3과목 모두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읽기 영역의 최상위 수준인 5단계에 도달한 한국 학생의 비율은 5.7%로 뉴질랜드(19%), 핀란드와 호주(18%) 등에 비해 훨씬 적었고 순위도 21위에 그쳤다.
특히 국가별 최상위 5% 학생의 점수 비교에서 한국은 읽기가 20위에 머물렀고 수학은 6위, 과학은 5위로 떨어졌다.
사교육비 논란도 식지 않는 이슈 중의 하나. 지난해 교육부의 사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70.7%, 중학교 59.5%, 고교생 35.6%가 과외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준화정책 도입 당시 중학생의 과외비율 91%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는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녀에 대한 교육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과외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학교선택권이 과제〓평준화의 단점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학교선택권의 제한이다.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학고 16개교, 외국어고 19개교, 예체능고 34개교 등이 도입됐지만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1000여명으로 전체 고교생 191만명의 2.1%에 지나지 않는다.
올 3월부터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됐고 내년부터 부산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등 공교육에서 영재교육이 도입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신현석(申鉉奭·교육학) 고려대 교수는 “평준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약발’이 떨어졌고 오히려 학교간 학력 격차보다 지역간 격차가 더 큰 문제”라며 “수도권 학부모의 전학 요구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 선택권에 대한 욕구가 엄청난 만큼 점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