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매주 금요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TV용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레카’ (EBS TV 매주 금요일 오후6시반)를 선보이고 있는 드림픽처스21 박재형(35) 감독.
그는 3D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국내 만화산업의 취약점을 지속적인 투자의 부재(不在) 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고유의 기술을 발휘해 작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그동안 외국 회사의 하청을 받아 대신 작업을 해주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
박감독은 “세계 시장에 작품 시연을 할 때마다 ‘작품은 좋지만 끝까지 완성할 수 있겠느냐’ 는 질문을 받는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걱정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를 지원할 재단법인 ‘경기디지털아트하이브(DAH, Digital Art Hive)종합지원센터’ 가 26일 경기 부천시에 문을 열었기 때문.
이 센터는 정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133억원의 초기 재원을 조성, 기술개발과 공동마케팅 등 폭넓은 지원을 통해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게임, 전자출판산업의 3개 분야가 핵심 지원 대상이다.
기획팀 이문택(32) 차장은 “200개 관련 업체 가운데 11개 입주 업체를 엄선했다” 며 “장비나 정보 공유를 통해 기업 인큐베이팅에 박차를 가하고 수출에 주력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에 현재 입주해 있는 업체로는 드림픽처스21을 비롯해 최근 발족한 이현세엔터테인먼트, 인디펜던스 등 만화영상 업체가 손꼽히고 있다. 대부분 순수만화보다 3D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등 IT산업과 접목된 업체들이다.
아직 독자적인 작품을 많이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모두 기술적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입주업체가 늘어나면 집적화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음달 10일에는 서울에서 국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국제투자설명회’ 를 열고 전문투자조합도 구성할 계획이다.
부천시는 이 센터의 입주를 계기로 강원 춘천시에 이어 국내 만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메카’ 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부천지역에는 1998년부터 5만점에 달하는 만화 관련 자료를 소장한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국제대학애니메이션축제(PISAF) 등 다양한 만화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 센터가 들어선 송내역 일대는 2001년 5월 문화관광부로부터 문화산업단지로 지정돼 현재 200여개의 문화콘텐츠업체가 밀집돼 있다.
서울과 가까워 업체들이 경영전략 수립과 마케팅 분야에서 기민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경기디지털아트하이브 이문택 차장은 “부천은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업계간 시너지 효과가 보태지면 국내는 물론 해외 만화영상 시장을 주름잡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