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만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사적(私的) 네트워크가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호범(任浩範) 변호사는 “무엇보다 인사 분야에서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검증장치를 마련해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일정 직급 이상의 공직자에 대해선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사전 검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숙명여대 박재창(朴在昌·행정학) 교수는 “사회적 재화(財貨)의 처분 권한이 특정인이나 특정 기관에 집중돼 있는 데서 각종 연줄이 통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 있다”며 “권력의 분산에서 연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고주의 중에서도 출신학교에 따른 파벌 즉, 학연의 폐해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려대 현택수(玄宅水·사회학) 교수는 “대가족제도가 붕괴되면서 혈연은 상당히 퇴색한 반면 학연의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시민교육을 강화해 합리적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벌 없는 사회 만들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국민대 김동훈(金東勳·법학) 교수는 “고등학교는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학연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출신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연은 더 강화되고 있다”면서 “대학의 서열타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길(金知吉) 공동체의식개혁국민운동협의회장은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권의 ‘지역주의 부추기기’가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를 악화시키는 최대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고주의의 대표적 폐해인 지역주의는 정치권에 그 1차적 책임이 있다”며 “게임의 룰을 외면하고 편법을 쓸 때에는 반드시 엄중한 벌칙이 따른다는 사회적 철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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