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칭찬합시다 3]촌지 안받는 전현신 교사

  • 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43분


올해로 15년째 중학교 교단에 서고 있는 서울 원묵중 전현신(全炫信·38·여) 교사는 학교에서 ‘바른생활 선생님’으로 불린다.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고 생활지도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전 교사는 촌지 문제와 관련해 본보에 의해 페어플레이어로 선정됐다는 말을 듣자 손사래부터 쳤다.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고 똑같은 애정을 나눠주는 것이 교사의 본분인데 뭘 자랑할 것까지 있느냐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선물이나 화분 등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합니다. 교실을 가꾸려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알지만 이것저것 받다보면 저도 모르게 아이들을 편애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교사의 학급에는 변변한 화분 하나 없다. 최근 환경미화 심사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가져온 손바닥만한 수선화와 선인장 화분 5개가 전부다. 전 교사는 지난해 스승의 날에도 학급 아이들에게 꽃 한 송이 들고 오지 못하게 했고 감사편지도 자신이 아닌 다른 교사에게 쓰도록 권했다.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고집하다 보니 자연히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를 어려워한다. 그게 가장 힘들고 고민스럽다고 전 교사는 말했다.

촌지에 대해 엄격한 전 교사지만 지금껏 ‘촌지’를 받은 경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 학부모가 직접 담근 김치 한 포기와 폐식용유로 만든 재생비누 5개를 가져왔어요. 학부모의 정성을 거절하지 못해 받았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아 백화점에서 여성용 스카프를 사서 선물했어요. 또 한번은 학생회 간부의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책을 선물해 곧바로 포장을 뜯었더니 10만원이 담긴 흰 봉투가 나왔어요. 식은땀을 흘리며 사색이 된 학부모의 입장을 생각해 ‘아이들 학급비로 사용하고 영수증을 드릴게요’라며 받았어요.”

전 교사는 요즘도 이 학부모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풀이나 가위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학급비 영수증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힘든 일이 한꺼번에 닥칠 때 교직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고민을 훌훌 털어 버렸어요. 아이들에게 떳떳한 교사로 남고 싶어요.”

지난해 그와 함께 근무했던 서울 창동고 이철원(李哲元) 교감은 “남자교사도 기피하는 생활지도부를 자원하고 폭력을 휘두른 결손가정 학생을 대신해 다친 학생의 치료비를 내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전 교사를 기억했다.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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