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1…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11)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06분


이신철은 고개를 숙이고, 무당의 눈길은 그의 어깨를 포착한다.

이신철 ……아무 것도 모릅니다.

무당2 할배, 이제 그만 가라. 이제 그만 극락으로…….

무당3 이대로는 못 간다 아들과 손녀딸을 두고는 못 가

박수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북과 징 소리가 3월의 밤을 뒤흔든다.

무당3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신철아 만나러 와줘서 고맙다 앞으로는 숙인 너 기억의 얼굴을 들도록 하거라 너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다 (점차 목소리보다 발소리가 커진다) 어미에게 효도해라 큐큐 파파 니 어미는 큐큐 파파 내가 머잖아 큐큐 파파 데리고 갈 거다 큐큐 파파

이신철 ……아버지…….

무당3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북과 징에 제금이 합세한다. 그 소리에 힘을 얻은 듯이 바람이 강해진다.

유미리가 일어선다.

바람이 문으로 불어드는 순간, 유미리는 할아버지의 입김이 귀 바로 뒤를

지나 등뒤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무당2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이고 호들갑을 떨면서) 세 명! 와, 할매가 세 명이야. 하하 하하 하하하, 할배가 옛날에는 장군이었거든. 첫 할매하고 (유미리를 가리키며), 너 할매하고, 일본 사람 할매하고!

무당이 제금을 얼굴 앞으로 들어올리고 격렬하게 흔들어댄다.

무당2 싸우면 안 되니까 한꺼번에 들어오지마! 한 명씩만 들어와!

무당3 (목소리가 출구를 찾아 그녀의 입술을 벌린다)

아이고! 아이고! 불러줘서 고맙다 고마워! 내가 할매다 (이신철과 유미리에게 얼굴을 돌리고) 하지만 너거들 하고는 피 한 방울 안 섞였다

유미리 할배의 첫 부인인 지인혜 씨인가요?

무당3 내 딸들은 다 어디 있노?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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