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사,상사와 협의후 탈북자연행 동의”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27분


문제의 끌어내기 현장
문제의 끌어내기 현장

중국 선양(瀋陽) 주재 일본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5명의 강제 연행 사건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완전히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어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양국이 보여준 석연치 않은 대응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느 쪽이 거짓말하고 있나〓중국 외교부 쿵취안(孔泉) 대변인이 11일 “탈북자 연행은 일본 영사의 동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자 일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쿵취안 대변인은 “당시 일본 영사가 상사에게 휴대전화로 상의한 뒤 연행에 동의했다”며 “일본 영사는 나중에 ‘고맙다’고 사의까지 표명했다”고 밝혔다.

강제연행과 관련해 “일본총영사관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던 중국이 이처럼 강경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장길수군 친척으로 구성된 이들 탈북자 5명의 처리와 관련한 국제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일본 언론도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날 일본총영사관의 영사가 휴대전화로 상사와 협의를 한 뒤 중국 공안의 탈북자 연행에 동의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 공안이 영사관 건물안까지 들어온 탈북자 2명을 연행할 때 일본 영사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휴대전화로 협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연행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가열될 경우 탈북자들의 처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이중적인 태도〓탈북자 연행에 반대했다는 일본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본총영사관 직원들이 사건 발생 초기에 중국 공안에 협조적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비디오 등을 통해 공개됨에 따라 일본이 이중 플레이를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실제적으로는 연행을 묵인한뒤 겉으로 중국측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게다가 일본은 사건 초기 탈북자 5명 중 2명만이 총영사관에 진입했다고 했다가 9일 5명 모두가 영사관 경내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가 일본 언론 등에 방영된 후 뒤늦게 사실을 시인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향후 움직임〓일본은 강제연행된 탈북자 5명의 신병인도와 중국 측의 사죄, 재발방지약속 등 기존주장을 반복하는 한편 13일 스기우라 세이켄(杉浦正健)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北京)에 파견해 중국 측과 교섭을 벌일 방침이다.

일본 외무성이 사무차관 대신 정무차관을 보내는 것은 일본이 이문제를 중국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본이 연행에 동의했다는 것은) 사실확인을 거친 것”이라며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탈북자들의 제3국 추방이 거론되는 등 양국이 서로의 명분을 세워주는 방식으로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