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동아LG만화전]30개국서 2374점…애니메이션 한국 돌풍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3분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의 만화공모전(상금 1억원)인 ‘2002 동아LG 국제만화 공모전’에서 토마스 로드모베즈 자야스(쿠바)의 '아히르도'(ACHIRDO)가 카툰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극화 부문은 서경순 최규석의 ‘콜라맨’, 캐릭터는 이대석의 ‘박스고양이 판도라’, 애니메이션은 임아론의 ‘Angel’이 각각 대상을 수상했다.캐릭터부문의 ´위즈엔터테인먼트상´은 ´비즈캣´이 선정되었다.

이번 공모전에는 세계 30개국에서 2374점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지난해 21개국 1691점에 비해 683점이 증가했다.

부문 별로는 카툰이 1941점(주제 929점, 자유 1012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캐릭터 부문은 220점, 극화 101점, 애니메이션 112점이 응모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해외 응모작은 줄었으나,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대부분 출품됐다.이는 한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극화는 전반적으로 수준작들이 상당수였다는 평.

만화가 김동화씨는 “뛰어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고, 예전에 비해 좋은 작품이 대폭 늘어났다”며 “새로운 시각을 담은 작품의 증가는 한국 만화의 발전을 약속하는 징후”라고 말했다. 수상작은 8월 10일∼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전시된다. 02-2020-0540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극화 대상 / '콜라맨' 서경순 최규석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동욱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잘난 척 하는 그는 친구들을 무시하고, 그런 그를 친구들은 경멸한다. 동욱은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정신지체아 박천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콜라만 주면 뭐든 다 하는 천수의 별명은 ‘콜라맨’.

어느 날 천수가 입에 콜라병을 물고 친구들 앞에서 ‘고추’를 보여주고 있을 때, 동욱은 아이들로부터 천수를 떼어내 콜라를 사준다. 이 때부터 콜라를 이용한 동욱의 지배는 시작된다. 동욱은 천수에게 콜라를 사주며 외계인 놀이를 하지만, 천수는 자신이 지구방위대의 로봇이라는 착각에 깊이 몰입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콜라를 살 돈이 떨어진 동욱은 천수 엄마의 돈을 훔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천수 엄마가 냉장고 위에서 떨어진 TV에 머리를 맞아 숨진다. 동욱은 천수에게 콜라를 사주며 “엄마는 네가 죽였다고 떠들고 다니라”며 마지막 지시를 내린다. 작가는 “어떠한 해석도 강요되지 않는 수 많은 상징을 담으려 했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카툰대상 / '아히르도' 자야스 (쿠바)

떨어지는 물줄기를 커다란 가위로 잘게 자르는 이미지로 물 부족 현상을 설명한 이 작품은 수많은 신문과 방송 보도가 몇 달에 걸려 할 수 있는 일을 단 한 번에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283㎜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뤄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며 많은 양이 곧장 바다로 흘러 내려가기 때문에 1인당 실질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물 부족 현상이 시작됐으며 2025년이면 한국인은 물 기근에 시달릴 세계 27억명 안에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누가 아무리 옆에서 뭐라 한 들, 목이 말라보기 전까지 물 부족을 실감하기 어렵다.

작품처럼 수도꼭지에서 끈적끈적하게 떨어지는 물은 결코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 가위 날에 잘려진 물의 질감은 차라리 사람의 목구멍에 엉켜 질식시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 세계적인 문제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캐릭터 대상 / '박스 고양이…' 이대석

판도라가 제우스로부터 받은 선물, 그 상자를 열지만 않았어도?

그러나 나약하고 호기심 많은 인간, 판도라는 그만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서 질병 재앙 슬픔 괴로움 아픔 미움 시기 질투 자만 등이 세상으로 흩어져 인간과 가까이 지내게 됐다. 유일하게 ‘희망’만이 상자 안에 남아 ‘그래도 삶은 살 만한 것’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는데….

캐릭터부문 대상 ‘박스 고양이 판도라’는 바로 이 ‘희망’을 품고 있는 캐릭터다.

‘슬픔과 질병이 상자 밖으로 나와 세상에 퍼졌다면, 아직 상자 안에 있는 희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신화의 오류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불행이라는 의미가 쏙 빠지고 오로지 희망과 사랑으로 채워진 ‘박스고양이 판도라’의 상자. 박스고양이 판도라가 짓는 갖가지 표정 속에서 인간은 원초적인 희망을 엿볼 수 있을까.

작가는 “상자는 비어있지만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고, 그 안의 모든 것을 나눠줄 수 있다는 뜻을 이미지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 애니메이션 대상 / 'Angel' 임아론

구름 위의 푸른 하늘. ‘퍼드득’ 소리와 함께 뭔가가 화면을 꽉 채웠다가 멀어진다. 날개가 달린 것으로 봐서는 천사인데, 뒷모습이 예쁘지 않다.

오랫동안 방안에 갇혀 살던 윙이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방금 전까지 나는 천사였는데’. 그는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디로? 아니면 내가 이미 돌아온 것일까? 창살에 매달린 천사 인형을 보며 자유에 대한 이상을 꿈꾸는 그는 그러나 돌아가고 싶어한다. 녹슨 침대와 물 때 낀 세면대, 파리가 달라 붙는 식사는 아무래도 유토피아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룰 수 없는 이상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면서 그는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 간다. 그러던 윙에게 천사 인형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링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 저 링만 있으면…’하는 생각에 비슷한 링을 찾기 위해 방안을 살피던 중 둥근 모양의 접시를 발견하고 머리에 올리는데….

작가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고사가 3D 디지털애니메이션 기법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부문별 심사평

▽극화(심사위원단)〓대상을 수상한 ‘콜라맨’은 여러 심사위원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콜라맨’은 풍부한 드로잉 실력을 기반으로 평범하지만 안정적이며 독창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이야기도 상투성을 벗어났다.

우수상을 받은 ‘cute21’은 이야기의 번득이는 힘이 낯선 스타일에 녹아내리는 파격을 보였다. 순진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알고 보니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는 이야기는 ‘식스 센스’ 류의 서사 구조를 보여준다.

장려상을 받은 ‘우리들의 놀이문화’는 명랑만화 특유의 캐릭터를 복원했다는 점과 연출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재구와 콩나물’은 이야기는 상투적이나 캐릭터와 컬러링, 연출이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별상을 받은 ‘바람 강아지의 눈을 얻다’는 작화와 연출력이, ‘하피’는 미국식 작화가 큰 점수를 받았다.

▽카툰(백준기·공주대 교수)〓국제 만화계는 텍스트 만화 이후 ‘멀티플’ ‘디지털 만화’의 새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제3의 표현 매체로 그 위상을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곧 세기말부터 대두된 예술 개념의 전환이라는 추세와 맞물려 만화 매체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소중한 물의 개념적 판타지를 카툰화해 대상을 받은 토마스 로드모베즈 자야스(Tomas Rodmovez zayas·쿠바)의 ‘아히르도(ACHIRDO)’를 비롯해 미항공우주국(NASA)의 달나라 정복을 암시하고 일상화한 엘리베이터의 상징적 아이콘화를 시도해 우수상을 받은 ‘다촨샤(Dachuan Xia·중국)’의 작품 ‘무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열 사람의 스트로에서 십시일 반을 형상화한 김평현의 ‘구출-조금만 기다려!’는 예술 개념의 전환기에서 카툰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잘 구현해낸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캐릭터(김명산·영동대 교수)〓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팬시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구별하지 않고 통합 캐릭터 부문으로 공모했다. 예년에 비해 작품의 컨셉트와 완성도가 높았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해가는 ‘동아 LG 국제만화 공모전’이 국내 캐릭터 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14점이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그 중에 5점을 골라 캐릭터의 창의성 독창성 실용성 심미성에 주안점을 가지고 대상 우수상 장려상을 뽑았다. 대상으로 선정된 ‘판도라’는 캐릭터가 지닌 산업적 특성과 창의성이 뛰어났으며, 실제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된 추세를 따라 캐릭터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공모전은 한국 캐릭터 산업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이용배·계원조형대교수)〓올해 애니메이션의 출품작은 전년도 출품 수(162편)에 비해 50편이 줄었다. 장편이 한 편도 없어 아쉬웠다.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우수했다. 대상 ‘Angel’은 꽉짜인 구성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우수상에 그친 ‘리사이클링’은 주제 의식과 합치되는 타이밍이 좋았으나 결말의 중량감이 부족했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느낌을 주는 ‘수미산’, 이야기와 디자인이 깔끔하게 결합된 ‘교차로’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차세대 애니메이션 작가에게 주는 신인감독상은 심사위원 전원이 ‘여름’의 김전화씨를 선정했다. 아직 미완의 진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세계를 감동시키는 열정이 넘치는 작품이 기대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부문의 ‘1980…버스 안에서’는 관성적으로 남용하는 플래시 기법을 순간 포착과 상황 대비라는 이미지로 표현해 칭찬을 받았다.

■ 수상작-수상자 명단

▽카툰 △대상〓AHIRDO(Thomas Rodmovez zayas) △우수상(자유)〓No Title(Dachuan Xia) △우수상(주제)〓구출-“조금만 기다려!”(김평현) △장려상(자유)〓카드강국(?)코리아(고경일) △장려상(주제)〓No Title(Andrei Puchkaniou)

▽극화 △대상〓콜라맨(서경순 최규석) △우수상〓cute21(김해근) △장려상〓재구와 콩나물(홍지흔), 우리들의 놀이문화 답사기(박철권) △특별상〓바람강아지의 눈을 얻다(송태욱 이성석), Fear(박송이), 하피(정병준)

▽캐릭터 △대상〓박스고양이 판도라(이대석) △우수상〓비즈캣(김재효), 먹자대학교(안영준) △장려상〓WANNA(장하나 이문호 박이랑), 젤리세상(송영아), △위즈엔터테인먼트상〓비즈캣(김재효)

▽애니메이션 △대상〓Angel(임아론) △우수상〓리사이클링(박재모) △장려상〓교차로(손효석 김창후 김홍석 민상식 장동혁 장석조), 수미산(장현희) △신인감독상〓여름(김정화) △미술상〓연분(이애림) △캐릭터디자인상〓달동네 토끼 살해사건(이광욱 이지윤 문형범) △음악·음향상〓Demitri’s Violin(Niki Yang) △단편상〓The News(김미라 유목인) △교육·어린이상〓수미산(장현희) △온라인부문상(플래시)〓1980…버스안에서(김형준) △TV시리즈〓아장닷컴(미지온엔터테인먼트)

■ 운영-심사위원 명단

▽운영위원〓김동화(만화가) 김형배(만화가) 이홍우(카툰작가·동아일보 편집위원) 조관제(카툰작가·부천만화정보센터 소장) 신용태(캐릭터문화산업협회 회장·캐릭터인 대표) 송낙웅(캐릭터디자이너협회 회장) 강한영(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회장·선우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용배(계원조형대 교수) 김세훈(세종대 교수)

▽심사위원 △극화〓김동화(만화가) 오세영(만화가) 조원행(만화가) 박인하(만화 평론가) △카툰〓윤영옥(카툰작가 목원대 교수) 사이로(카툰작가·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조관제 (카툰작가·부천만화정보센터소장) 백준기(카툰작가·공주대 교수) △캐릭터〓송낙웅(캐릭터 디자이너협회장) 김명산(영동대 교수) 김경록(꼬지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상일(위즈엔터테인먼트 디자인실장) △애니메이션〓김세훈(세종대 교수) 윤석진(카르마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감독) 장동렬(한서대 교수) 이용배(계원조형대 교수) 이지원(애니메이션감독) 장풀로 (애니메이션 감독·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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