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33…백일 잔치 (18)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28분


“어머니, 우리 풍경 사다가 처마 끝에 매달자. 풍경 속에 조그만 물고기가 매달려 있는데, 어머니 알고 있었나? 그 물고기가 흔들리면서 소리가 나는 거다. 딸랑 딸랑 딸랑 하고 말이다. 풍경은 어디서 파는데?”

“만물상에 가면 있겠재”

“물고기 말고는 뭐가 매달려 있는데?”

“글세”

희향은 고개를 갸웃하고 딸을 향해 지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만물상에 가보자”

딸랑 딸랑, 일가족은 풍경 소리를 뒤로 하고 빛의 밖으로 걸어갔다. 딸랑 딸랑, 희향은 하얀 치마폭으로 바람의 파도를 받으며 걷고 있다. 딸랑 딸랑, 바람에 수목과 잡풀뿐 아니라 어둠과 그림자까지 술렁대고 있다.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 술렁거림이 잦아들고 희향은 잡풀 속에 숨어 있는 귀뚜라미의 수염이 움직이는 것까지 느낄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얏!”

“와 그라는데?”

“아니다 괜찮다. 그냥 발이 살짝 돌부리에 걸렸다”

“조심해야재”

강가 길은 어둠에 가까웠다. 식물들은 색을 잃고 기척 않고 있는데, 곤충들은 색을 잃고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귀뚤귀뚤 사르락 사르락 치 치 치 치. 희향은 바람을 타고 코 끝까지 날아온 물냄새를 맡았다. 졸졸졸졸, 물소리가 바짝 다가온다.

“백중,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직 멀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와야재”

“작년 백중놀이 때는, 병신춤이 재밌었는데”

“올해는 소고기하고 개고기하고, 어느 쪽일까?”

“니는 정말로 먹는 생각밖에 안 하는구나”

“지주하고 머슴이 같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 때는 백중뿐일 거다”

“왜놈들은?”

“왜놈들은 조선 사람 잔치에는 안 온다”

“구축왜노, 광복조국, 타파계급, 평균지권”

“목욕탕 밖에서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 쪽바리 귀가 어디 있을지 어찌 아노”

“들으면 어떻다고.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건데”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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