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쟁업체에서 단시일에 우리 회사의 직원 10여명을 스카우트해간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 회사는 거래망이 붕괴되고 매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말았다. 우리는 부당 스카우트에 대해 상대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 일로 인해 직장을 옮겨간 전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등의 얘기도 따라나왔다. 그래도 5년 이상 함께한 내 직원들인데, 한번의 판단 잘못으로 너무 심한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이왕 옮겨간 회사이니 우리 직원들을 애초에 약속한 대로 대우해 주고 해고도 하지 않는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상대 회사에 통보한 것이다.
그러자 옮겨간 직원에 대한 노여움도, 상대회사에 대한 분노도 모두 사라졌다. 나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이면서 다들 잘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바보스럽지만 슬기롭게 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이기는 것만 생각하면 내 생각이 황폐해지고 마치 투사가 되는 것 같았는데 패하는 것을 배우니 이 또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는 것, 너그러움,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러한 말들의 의미를 한번 더 되새겨본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모양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직업윤리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이든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들은 조금 힘들거나 타사의 보수가 조금만 높아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동안 공들여 훈련시키고 정도 들었는데 회사를 떠난다고 할 경우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40세 정도가 되면 주변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 현재의 봉급만으로 생활 유지가 어려운 사정도 이해가 간다.
우리 회사는 세계 40여개국에 우리 브랜드로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의 근무 환경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우리 공장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에서는 약사 봉급으로 30만원 정도를 주고 있다. 중국 필리핀 인도도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약사들은 그 10배인 3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우리 회사의 미국 공장에서는 대졸 출신의 경우 월 250만원 정도를 준다. 얼마 전 프랑스의 경우를 알아보니 봉급은 미국과 비슷한데 세금이 50%라 실수령액은 오히려 적었다. 그래서 유럽에서 내 집 마련 시기는 40세 이후이고 자동차는 티코급 소형차량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의 근로조건과 소득에 대해 불평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현재에 고마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70년대 초 첫 직장에서 5만원부터 시작했다. 오늘을 감사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을 기다려 본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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