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있으면 꼭 알려주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정말 잘 됐네요.”
한씨는 가슴이 허해지기 쉬운 가을에 예술의 향기로 마음을 풍요하게 채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정문 앞에서 놀이터 골목 쪽으로 1분 정도 걸어 그가 도착한 곳은 ‘아티누스’.
“미술을 즐기고 싶지만 갤러리나 미술관이 주는 거리감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맘 편하게 미술을 느끼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차 한잔,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거든요.”
아티누스 1층에는 미술 디자인 건축 사진 등 시각예술 관련 외국서적 6000여권이 벽 쪽에 꽂혀있었다. 2층에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아트샵, 그리고 CD와 DVD를 파는 음반매장이 눈에 띄었다. 또 바닥이 삼나무로 돼 있어 ‘소삼원’(小杉園)이라 불리는 야외공간에는 다양한 조각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씨는 ‘그림 보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지하 갤러리로 안내했다.
“옷가게에 가면 맘에 ‘딱’ 드는 옷이 많지 않죠. 그림도 마찬가지죠. 화랑에 가면 맘에 드는 작품 한두 점만 감상하세요. 그리고 없으면 오늘은 나에게 맞는 그림을 못 만났다고 생각하세요.”
1층 ‘리브로’ 카페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여기 쇼콜라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난 ‘묻지마 케이크’이라고 불러요. 쌀쌀한 가을에 미술 감상한 뒤 따뜻한 난로 옆에서 마시는 차 한 잔도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한씨가 두 번째로 데려간 곳은 98년 11월 문을 연 무용전문 소극장인 ‘씨어터 제로’.
그는 획일적인 공연과 문화적 체험에 따분함을 느끼는 사람이 찾으면 새롭고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채우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26, 27일 오후 7시에는 현대무용가인 김혜숙씨의 춤 공연 ‘혼자 하는 공모’가, 29∼31일 오후 7시반에는 연극 ‘업·業·카르마’ 공연이 열린다.
“씨어터 제로는 실험적인 공간이어요. 주로 무용 재즈 퍼포먼스 공연이 열리는데 한 번 오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한씨의 마지막 추천 장소는 3개월 전 오픈한 ‘ZN’바(Bar). 미술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 20명이 하얀 벽면에 스탠실 작업으로 꾸민 내부 인테리어가 독특했다.
“홍대 근처를 발이 아플 정도로 돌아다니다 편하게 쉬고 싶을 때 이 곳을 찾아요. 탁 트인 실내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차나 술 한 잔 하기에 딱 좋거든요. 음식은 해물 종류를 시키면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