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꿈과 현실']④인테리어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59분


‘코앞에 정상이 보이지만 막상 가려면 멀다.’

한국 인테리어 산업은 곧잘 등산에 비유된다. 장밋빛 미래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너무 멀다는 얘기다.

인테리어 산업과 맞물린 리모델링 시장규모는 2005년 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 해 성장률이 30%를 넘기도 한다. 덕분에 올 초 관련 기업의 주가는 두 배로 치솟았다.

그러나 업계 현실은 딴판이다. 3000여개 업체가 난립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자들은 집을 가꾸기보다 부수고 새로 지을 생각만 한다. 선두 업체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장밋빛, 그러나 먼 미래〓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선진국에 진입할 때 가장 규모가 커지는 산업이 인테리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홈데포(Home Depot)’는 국내 인테리어 업체들의 꿈. 홈데포는 인테리어 자재 유통업체로 한해 매출액이 535억달러(약 65조67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인테리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LG건설 인테리어팀 박형열 부장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평당 인테리어 비용이 80만원 선에서 100만원대로 뛰어올랐다”며 “고급 인테리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딴판이다. 현대증권 허문옥 연구원은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가 생겼지만 인테리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늘면서 이사가 줄어든 것도 악재.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올 5월 5.4% 줄었고 6월과 7월에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집을 새로 단장하는 수요가 줄고 있는 셈이다.

허 연구원은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과도기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오히려 인테리어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 난립, 생존이 더 급해〓올해 국내 인테리어 시장규모는 4조원이지만 업계 1위를 다투는 기업도 매출이 1000억원을 넘지 못한다. 전문건설협회에 등록된 업체만 3000여개에 달하기 때문. 영세하다 보니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업체는 한샘 중앙디자인 국보디자인 희훈 등에 불과하다.

실적이 좋은 업체도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좋은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해도 영세 업체들이 즉시 복제해 팔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시장이 안정될 2005년까지는 비(非)브랜드 업체가 업계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인식 부족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중앙디자인 이혜연 디자인연구소장은 “인테리어는 디자인 설계와 시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요자들은 시공비만 주려고 한다”며 “디자인이나 설계 비용은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화와 연구개발 힘써야〓쌍용건설은 2000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뷔통 매장의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공사를 맡아 공사비로 평당 1750만원씩 82억원을 받았다. 이는 일반 건물을 아예 새로 짓는 비용의 4배에 달한다. 쌍용이 싱가포르에서 최고급 건물을 개보수한 실적 덕분이다.

이 소장은 “테마파크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특화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가져야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외로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LG건설 박 부장은 “지난해 외부 업체에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를 의뢰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포기했다”며 “국내에는 아직 주택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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