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57…1929년 11월 24일 (8)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7시 23분


여자는 난소의 일부에 불알처럼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에 든 것이 다치지 않도록 칼끝으로 껍질을 터뜨리자, 물컹한 난백이 흘러나오고 난황이 손바닥으로 흘렀다. 내일 낳을 알, 오늘밤 껍질이 생길 알이었는데. 여자는 그 난황을 먼저 꺼낸 조그만 난황 옆에 나란히 놓아두고, 내장을 풀어 길게 펼쳤다. 둥둥둥 둥둥둥, 칼끝을 안에 집어넣어 장을 가른다. 둥둥둥 둥둥둥.

여자는 부엌에서 왕소금을 한 움큼 가져와 쓱쓱 비벼 장을 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리 두 개를 칼손잡이로 두드려, 둥둥둥 둥둥둥, 뼈를 발라 내버렸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피범벅인 시간이. 오후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파리가 모래주머니 위에서 손을 비벼대고 있다. 휭-휭-, 바람이 파리를 쫓아내고 파리 대신 담쟁이 덩굴잎을 떨어뜨려 심장 언저리에서 살랑살랑 춤추게 한다. 살랑살랑 휭-휭- 살랑살랑 휭-휭-.

여자는 마당 한 구석에 구멍을 파고 먹지 못하는 내장과 뼈를 묻었다. 묻지 않으면 개가 먹는다, 개나 돼지나 닭의 맛을 알아서는 안 된다, 안 그러면 언제든 닭을 덮쳐 해치울 수 있다. 우물가로 돌아가자 바가지로 물을 퍼서 돌 도마에 끼얹고는 피와 내장 찌꺼기를 손바닥으로 비벼 씻어내고, 다시 한 번 물을 퍼서 칼과 대야를 깨끗이 씻었다. 피가 흙에 스며들면서 여자는 얼굴에 들러붙어 있던 가면이 스르륵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11월의 마당에 어울리지 않게 돌 위에서는 아름다운 내장이 빛나고 있다. 심장. 간. 똥집. 알. 여자는 암탉의 텅 빈 배속을 들여다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당 구석에 남겨진 세 개의 알을 보았다. 휭-휭-, 바람이 거세진다. 아직도 남아 있는 암탉의 온기를 지우기 위해서, 휭-휭- 둥둥둥 둥둥둥, 바람이 먼 저 편에서 북 소리를 날라 온다. 휭-휭- 둥둥둥, 점점 세게, 빠르게, 세게! 세게! 둥둥둥! 둥둥둥! 마치 창에 찔린 듯한 통증이 머리를 관통하고, 여자는 비틀비틀 무릎을 꿇었다. 둥둥둥! 머리 속에서 빛이 작열하고, 둥둥둥! 아이고, 눈부셔라! 여자는 우물에 매달렸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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