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기업, 기업인]경진브로아

  • 입력 2002년 10월 28일 20시 00분


중소형 송풍기와 팬 등을 전문 생산하는 인천 남동구 고잔동의 경진브로아 부설 연구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것.

이 업체는 1999년 1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연구소를 설립해 송풍기 성능 자동계측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풍속 풍량 소음 등 송풍기 성능의 필수 조건인 데이터 값을 측정할 수 있어 금형 제작 때부터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해 LG, 삼성, 캐리어 등 중대형 냉난방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제품 개발 때 이 업체를 참여시킨다.

이 회사는 현재 30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3500여개의 송풍기 관련 금형을 보유해 바이어의 주문대로 즉시 응용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그 진가는 외환위기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다른 한국업체가 개발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일본의 바이어가 이 회사를 찾았다. 1년 6개월 간의 연구개발 끝에 생산한 ‘크로스 플로우 팬’은 일본 전통 가옥의 습기를 제거하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켜 개미 곰팡이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장치. 가격은 일본 제품의 25%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음이 적고 성능도 일본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간 1만대씩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는 다국적기업 OTIS사는 지난해 12월 니폰OTIS, 브라질OTIS 등 전 세계 합작회사에 경진브로아가 만든 송풍기를 엘레베이터에 쓸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산업자원부 과제의 하나인 기존 베어링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열차 객실에 외부의 유해물질과 공기의 유입을 막는 장치에 대한 특허와 송풍기 관련 5개의 실용신안, 4개의 의장등록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20여억원을 기술개발비로 쓰고 있다.

문재경 사장(47)은 “일본의 송풍기시장에 진출한 사실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며 “베이징(北京)지사와 상하이(上海)전시장 개설을 계기로 중국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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