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으로 인해 사회 내부에 잠복해 있던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이념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국론분열의 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어느 사회에서나 보수-진보의 이념갈등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대립과 분열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견해와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의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통일을 위해 통일을 잊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통일이 아닌 남북한 화해·협력 및 평화공존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한 통일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통일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평화공존 정책이 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이다. 또 이런 방식만이 남한 사회 내의 심각한 국론분열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모든 국가정책의 성공을 위한 근간은 신뢰성에 있다. 대북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을 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신뢰성이 결여될 경우 국내 정치적 갈등은 심화되고 야당이나 국민으로부터 초당적 또는 국민적 협조와 지지를 얻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포용정책의 지속과 남남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중도노선’의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중도노선이란 북한이 협조적일 때(상호인정과 상호존중을 지킬 때)는 포용정책을 바탕으로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비협조적일 때(상호인정과 상호존중을 어길 때)는 강경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 대북 화해와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국내 경제적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북한의 여건으로 볼 때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양적 질적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대북 지원 능력 및 기업의 대북 진출 능력의 확대 없이는 포용정책의 성과를 현실화하기가 어렵다. 또한 남한의 경제적 부담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대북 지원은 국내 갈등의 심각한 요인이 될 소지가 크다.
민주주의는 최선을 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 ‘최악을 피하려는 정치제도’다. 자신만이 옳다는 입장은 그것이 아무리 옳더라도 이미 민주정치가 아니다. 결국 서로 상대방의 의견과 입장을 사실에 근거해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문제를 둘러싼 건전한 보수적 견해와 합리적인 진보적 관점이 서로 보완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공존하는 사회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남한 사회 내에서 먼저 상생(相生)의 의식과 실천이 이뤄진 다음에야 남북한간 상생의 결합과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