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부드럽게 나가면 카리스마가 없다고 하고, 좀 강하게 나가면 무섭다고 하고…. 이제 됐다 싶으면 전화 안 받고, 이거 끝난 거 아냐 하면 생글생글 웃으며 전화를 합니다.
손 좀 잡아 보려면 뿌리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고 합니다. 예쁘다고 하면 플레이보이로 의심하고, 장난으로 안 예쁘다고 하면 금세 토라집니다. 칸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인 보석 나탄(NATAN)의 광고는 이처럼 고민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얄미울 정도로 정확히 자극합니다. 이렇게요.
일단 나탄의 보석을 구입하는 겁니다. 그리고 멋진 양복을 입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킨 향수를 바릅니다. ‘어머 저 꽃 너무 예쁘다’라고 평소에 말한 꽃을 지갑 탈탈 털어서 사고, 시큰둥해진 그녀에게 만나자고 하는 겁니다. 이국적인 촛불이 타오르는, 분위기 있는 카페는 어떨까요? 아니랍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는 어떨까요? 역시 아니랍니다. 해본 분이 그러는데, 한강 유람선이 딱이랍니다. 장소가 됐습니까? 자, 이제 본론입니다.
‘사랑해요’표 눈빛을 남발하고는 슬며시 양복 안주머니에서 준비한 보석 나탄을 꺼냅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뚜껑을 엽니다.
자, 보입니까? 지금껏 보지 못한 그녀의 활짝 웃는 입술, 갑자기 초롱초롱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 봤으면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 반사된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시커먼 눈썹에 산적같이 생긴 당신의 모습은 어느새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헤벌쭉∼’ 당장이라도 침을 흘리며 “영구 없∼다”라고 말할 것 같은 당신은 브레드 피트처럼 바뀌어 있습니다.
정말이냐고요? 그럼요. 보석 나탄인데. 뚜껑을 열기 전인 왼쪽의 당신 모습과, 뚜껑을 연 뒤인 오른쪽의 당신 모습을 비교해 보시라고요.나탄 보석 얼마냐고요? 좀 비싼데…. 값이 문제입니까? 그녀의 눈에 콩깍지를 씌워준다는데.
홍 승 표 금강기획 카피라이터 6g6g6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