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2일 일제히 시무식과 신년 하례식을 갖고 새해 업무에 들어갔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신뢰경영’ ‘글로벌 경영’ ‘미래 경쟁력 확보’를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들은 올해 대내외 경제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적극적인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약진하는 40대 임원진=올해 대기업들을 이끌어 갈 새로운 경영자와 임원들의 모습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사업 전략을 잘 보여준다.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글로벌 마인드와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30, 40대의 전진 배치가 두드러졌다. 연말 대규모 승진인사를 한 LG그룹은 12명의 40대 부사장과 3명의 30대 상무가 탄생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부터 외쳐온 ‘1등 LG’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력이 새 임원인사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LG전자 에어컨을 3년 연속 세계 1위로 가꾼 노환용 상무가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광스토리지 분야의 박경수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 등이 그 예.
LG그룹에서는 또 중국담당자 7명이 부사장과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LG전자의 이동단말기 분야에서는 8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져 올해 LG의 중점 사업방향을 제시했다.
SK그룹도 신임 임원 49명의 평균연령이 44세다. 40대 초반 임원 승진이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임원 승진도 3명이나 됐다. 사장단에서는 SK케미칼 홍지호 대표가 유일하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사장은 SK케미칼을 화섬업체에서 정밀화학과 생명과학기업으로 변신시킨 주역으로서 SK가 추구하는 투비모델(To be Model)의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9월 출범한 박삼구 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임원 26명이 새로 승진했다. 한진도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그룹 회장을 승계하면서 이에 따른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현대차도 정의선 전무의 거취에 따라 인사의 대강이 그려질 전망이다.
▽새해 대기업 관련 3대 관심사=새해 경제계에는 대(對)정부 관계, 삼성의 독주 지속 여부,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복귀 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출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경제계가 신 정부와 어떤 관계를 정립할 것인지 주목된다. 노무현 당선자는 “재벌과 대기업은 별개”라는 논리로 벌써 재벌개혁 시동을 걸고 있어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대응은 5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증권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 노 당선자측의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DJ정부 출범시 김우중 회장이 정부와 재계간의 가교 역할을 했다면 신임 전경련회장은 정부로부터의 파도에 맞서는 수문장으로서의 역할이 더 커진 셈. 그만한 뱃심과 논리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게 됐다.
전경련 주변에서는 힘있는 주요 그룹 오너가 회장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현실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했다 정부측 제동으로 무산됐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몇년 전부터 물망에 오른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이 그 같은 현실론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초점이다.
삼성의 독주체제가 계속될지도 관심사다. 작년은 삼성의 실적이 특히 눈에 띈 한해였다. 경영실적뿐만 아니라 재계의 경영 흐름을 주도하는 측면에서도 삼성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새해에도 삼성의 아성을 위협할 경쟁자는 뚜렷하지 않다. 삼성이라는 일강(一强) 밑에 LG SK 현대차 등이 뒤를 추격하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체류 중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작년 말 금강산 육로관광 개시에 맞춰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육로관광이 무기 연기되면서 결국 귀국이 무산됐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측근들을 계열회사 경영 일선에 전진배치해온 정 회장이 조만간 복귀하리라는 것이 현대 안팎의 관측. 변수는 현대상선 4000억원 대북 비밀지원설 등 대북 사업 관련 의혹이 정치권에서 어떻게 정리되느냐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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