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증시 산뜻한 출발 "부자되세요"

  • 입력 2003년 1월 5일 18시 07분


새해는 덕담으로 시작된다. 작년부터인가 ‘부자 되십시오’라는 말이 새로운 덕담으로 자리잡았다.

계미년(양띠) 새해 첫 증시가 산뜻하게 출발했다. 올해는 주식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한다.

시작이 반인 것처럼 새해 첫 5일 동안 주가가 오르면 그해 증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S&P500지수는 1950년부터 2002년까지 53년 동안 새해 첫 5일에 주가가 오른 해가 33년이었는데, 그 중 28년은 그해 주가가 상승했다.

‘1월 효과’도 비슷하다. 1월에 주가가 오른 해는 주가가 상승하고 떨어진 해는 하락한 경우가 49년이나 된다. 한국에서도 1976년부터 작년까지 27년 동안 1월에 주가가 오른 11년 가운데 9년은 그해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 말 심리적 공황에까지 빠졌던 증시가 힘차게 비상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새해 첫 이틀 동안 5.3% 올랐고, 코스닥종합지수도 9.0%나 폭등했다. 60년 만에 3년 연속 하락했던 미국의 다우지수도 새해 첫날 3.19% 급등했다.

무선 인터넷, 휴대전화 부품, 반도체 등 성장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은행, 수출 관련 우량주 등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1월 효과에도 예외는 있다. 지난해 S&P500지수는 새해 첫 5일 동안 1.1% 올랐지만 연간으로는 23.4%나 폭락했다. 2001년에도 1월에 3.5% 상승했지만 그해 13.0% 떨어졌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작년 1월 7.8% 올랐지만 연간으로는 9.5% 하락했다. 1월에 5.3% 상승했던 97년에는 42.2%나 폭락했다.

첫 출발은 좋았지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 핵문제,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악재와 유가 급등, 경기회복 지연 등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았다. ‘홈데포’의 실적 둔화로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소폭 하락할 정도로 투자심리가 불안하다.

올해 주가는 변덕이 심한 봄 날씨처럼 호재와 악재에 따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하루 주가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큰 흐름을 보아야 한다. 부자가 되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말고 끊임없이 회의(懷疑)하고 묻는 것이 증시에서 살아남는 길이다.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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