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자작극' 촛불시위 순수성 논란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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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촛불시위를 제안해 놓고 이를 마치 네티즌의 의견인 양 인터넷 언론매체에 기사화한 ‘여론 자작극’ 사건을 계기로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이 익명으로 제안한 촛불시위를 의도적으로 기사로 만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뉴스게릴라) 김기보씨(30·학원강사·네티즌명 ‘앙마’)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 촛불시위의 전개 방향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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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반응=8일 오마이뉴스와 ‘앙마’의 홈페이지에는 ‘앙마와 오마이뉴스의 합작품에 기만당했다’는 내용의 네티즌 항의가 쏟아졌다.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는 윤미씨(25·연세대 중문과 4년)는 “순수한 뜻에서 이 시위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의도에 따라 움직인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최영권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앙마가) 무슨 이유로 당당하게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나. 비굴한 짓을 하면서 남보고 당당해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작극 당사자들을 비난했다.

반면 박경호씨(28·고려대 대학원졸)는 “‘앙마’라는 사람 때문에 시위에 참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앙마’ 김씨는 이에 대해 “시민기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앞으로는 오마이뉴스에 투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순수성 논란=촛불시위로 대변되는 여중생 치사사건 항의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중생추모, 책임자 처벌이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각종 시민운동단체의 운동 목적에 도구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촛불시위는 당초 150여개 시민단체들이 가담한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측이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서울 YMCA 앞에서 시작했다. ‘앙마’ 김씨가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을 내놓은 뒤 같은 달 30일 본격적인 광화문 촛불시위로 확대돼 최고 6만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운동 기간 중 ‘노사모’ 회원들이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특정 후보 지지 양상이 빚어졌고, 일부 청소년들까지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 구호를 외치는 등 당초의 뜻을 벗어난 이념운동으로 변색되기도 했다. 범대위 송수영 실무담당팀장은 “여중생 사망사건 해결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 범대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다음’이 8일 촛불시위 참가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10만2000여명의 응답자 중 범대위가 지향하는 반미, 미군 철수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각각 8%, 3%선에 불과했다.

범대위측은 8일 참가 단체들의 분담금, 거리모금, 시민들이 낸 후원금 등으로 대규모 집회의 경우 수천만원에 이르는 ‘시위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주한미군 철수 반대" 평택시민協 집회▼

최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과 관련해 반미(反美)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8일 경기 평택시의 한 미군기지 앞에서는 북한 핵 저지와 미군 철수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평택시민단체협의회(대표 민세기)와 해외참전전우회 등 사회단체 회원과 평택시민 등 9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평택시 신장동 미공군 기지(K55) 정문 앞 쇼핑몰 입구에서 ‘북핵 저지 및 미군 철수 반대를 위한 국민평화 대행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북핵 저지, 미군기지 철수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거나 피켓을 들고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북한은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되는 핵 개발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평택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촛불시위가 자칫 반미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집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1시간30분간의 집회를 마친 뒤 송북동 송북초등학교까지 1㎞구간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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