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16…몽달귀신(18)

“아이고, 인혜야, 어찌된 기고? 인혜야, 정신 차리라!”

“아아, 아아, 꿈을 꿨어예, 아가씨 얼굴이, 아아, 아아, 어머니, 내려왔습니다, 아이가 나올 것 같아예, 아악, 나온다!”

“다리를 벌리고 힘을 꽉 줘라, 후우, 후우, 후우, 후우, 그렇제, 힘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알겠나. 아픈 게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힘을 빼고. 다시 아프기 시작하면 호흡을 조절하면서 단번에 힘을 주는 거다. 자, 물을 조금 마시라”

인혜는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목을 축이고는, 후우, 후우, 후우, 하고 고양이 같은 숨소리를 냈다.

“어머니, 산신상은?”

“막 상을 당했는데, 멋대로 어떻게 상을 차리노, 내 집도 아이고”

“그럼, 누구한테 빕니까?”

“하느님한테 기도하자”

하느님! 오늘은 낳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싫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아가씨 상을 다 치른 후에, 시부모님과 그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다 마른 후에, 내 안에 응어리져 있는 슬픔이 다 녹은 후에 낳게 해 주이소. 이 아이도 지금은 나오고 싶지 않을 겁니다, 아악! 다시 진통이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허리를 쓰다듬어주고 항문 언저리를 눌러 주자 한결 아픔이 덜했다. 인혜는 이불 끝자락을 잡고 등을 젖혔다. 아악!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격렬한 아픔이었다. 아픈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땀구멍이란 땀구멍에서 땀이 솟아 머리카락이 죄 젖었다. 더는 못 참겠어! 살려 줘!

이런 아픔이 10분 계속된다면 나나 아이나 망가지고 말 것이다. 도망치고 싶다. 어디로든. 살려 줘! 살려 줘! 인혜는 두 발로 이불을 걷어찼다.

“이제 곧 나온다, 힘내라!” 환선은 딸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허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마에 솟은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아악! 하지만 도망치면 안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아픔과 마주해야지. 내 안에 남아 있는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아픔에 저항하는 거다. 설사 이 세상 누구 하나 축복해 주지 않는다 한 들, 나는 축복한다! 환영한다! 꼭 껴안아준다! 인혜는 눈을 부릅떴다. 천장의 한 점을 응시하고 이를 악물었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