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 내셔널 어젠다 위원회 제안]<10>교육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국가내 공공성이 강조되는 교육서비스도 이제 국가간 무역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 국가간 교육서비스 거래가 총수출액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총수출액의 3%에서 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현재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1만여명인 반면, 외국대학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약 11만명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국가간 교육 거래의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해 2001년 외국대학원의 국내 유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미국 사립명문 듀크대의 경영학석사(MBA) 교과과정이 내년에 개설, 운영된다고 한다. 외국대학원에 대한 국내 교육시장 개방은 표면적으로 세계 수준의 고등교육기관을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국교육자본에 의한 국내 고등교육 시장의 잠식을 가져올 수 있는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립대학 육성을 통해 대학간 경쟁체제를 확보하라

▼연재물 목록▼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9>권력분점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8>재정·조세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7>정치개혁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6>국가마케팅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5>정부조직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4> 통상정책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3>인사정책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2>대북정책
-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 제안]<1>한미관계

이에 대한 대응의 하나로 새 정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경쟁력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우선적 과제로서 대학간 경쟁체제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간의 경쟁체제가 확보되지 않고서는 대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 육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학간 경쟁체제 확보를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 구성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사립대학 의존 비율이 상당히 높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전체 4년제 대학 중 사립대학이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대학간 경쟁체제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립대학 지원은 투명성 확보로부터 시작하라

대학간 ‘경쟁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된 사립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먼저 사립대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운영의 투명성 확보는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폭적인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사립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된다. 이와 관련, 동아 내셔널 어젠다위원회의 사회·교육·문화 분과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정책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사립대학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새 정부는 사립학교법에 대한 민주적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설립자 또는 후계자 중심의 대학운영 체제는 다자간 참여를 통한 민주적 운영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해 ‘공익이사제’ 도입과 교수, 학생,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는 ‘대학운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이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둘째, 새 정부는 사립대학의 재정 및 행정 운영 투명성에 대한 평가체제를 마련하고, 평가 자료의 공개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운영 투명성에 대한 평가체제 제도화는 단기적으로 사립대학의 행정 및 재정 운영체제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사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립대학의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새 정부는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하며, 투명성과 경쟁력을 갖춘 사립대학에 대해서 보다 집중적인 지원정책을 수립,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본 위원회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공약한 대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97% 수준인 교육예산을 6%수준으로 높인다고 할 때 예상되는 약 3조원 규모의 증액분을 우선적으로 사립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 지원에 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투입되는 교육예산 비율을 현 6.3%수준에서 10%수준까지 상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근간이 되는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들을 우선적인 교육정책 과제로 채택, 실시해 주기를 바란다.

신종호 서울대(교육학) 교수

▼유학-이민열풍 위험수위▼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교육 대신 유학과 현지 취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가면서 한국의 우수 인력 유출이 위험 수위에까지 다가서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1년 8월 현재 단기어학연수를 포함, 외국대학에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4만9933명으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 수준(13만3249명)을 초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1만2000여명에 불과해 ‘유학역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교내 신문인 ‘대학신문’이 학교 재학생 1687명을 대상으로 실시, 발표한 ‘서울대인 의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9%가 “다른 해외 대학을 선택하는 편이 나았다”고 대답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유학열풍은 초중고교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99년 1650명이던 초중고교 조기 유학생은 단기어학연수를 포함, 2000년 4397명, 2001년에는 7944명으로 늘어났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의 우수 유학 인력들이 국내 교육 환경이나 보상 체계 미흡 등을 이유로 귀국하지 않거나 고급 기술 인력이 포함된 취업이민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경제연구소 유병규(兪炳圭) 수석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 가운데 30% 이상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체류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수요가 많은 정보기술(IT) 관련 고급기술인력이 포함된 취업이민 비중은 97년 26.3%에서 2001년 52.4%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도 우리나라의 두뇌유출 지수가 2001년 4.11로 97년 6.94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두뇌유출지수(1∼10)의 수치가 낮은 국가일수록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이 많은데 한국은 미국(8.55) 일본(6.83)에 비해 크게 낮다.

유병규 연구위원은 “국가 차원에서의 지식 자원 관리 프로그램과 적절한 보상 체계가 서둘러 마련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日 히토쓰바시대학의 경우▼

사학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가 교수의 경쟁력이다. 일본의 사립대학인 히토쓰바시(一橋)대는 올 들어 교원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획기적인 ‘교원 통지표’ 제도를 도입했다.

430여개 강좌 대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평가, 그 평가내용을 교수 이름과 함께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는 책으로 만들어져 학생에게 배부되며 도서관에 비치해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이달 말에 첫 번째 수업평가를 실시해 올해 안에 결과를 공표한다. 내년부터는 전기 후기로 나눠 연 2회 실시한다. 평가는 14개 공통항목 외에 교수가 추가한 5개 이내의 항목에 대해 실시한다. 각 항목별로 5단계(1점부터 5점까지) 점수가 부여된다.

학생이 강의를 평가하는 제도는 2001년 3월 현재 일본의 4년제 대학 가운데 약 4분의 3인 513개 대학이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실명을 공개하는 일부 대학도 담당 교수가 동의한 경우에만 공개해 거의 무의미하다. 히토쓰바시대가 교수의 ‘통지표’를 예외 없이 모두 공개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획기적인 조치다.

이 대학 이시히로 미쓰(石弘光) 학장은 ‘교수 통지표’ 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관련해 “현재의 대학은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상태로 ‘뭐든 남과 비슷하면 된다’는 의식이 일본의 지적 수준을 낮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낮은 평가를 받은 강좌는 다음 학기에 수강생이 줄 가능성이 크지만 학교측은 이 제도를 통해 교수들을 자극, 수업 내용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면 교육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토쓰바시대는 이 밖에도 도쿄의과치과대학, 도쿄외국어대학, 도쿄공업대학 등 3개교와 ‘4 대학 연합’을 결성, 2001년도 신입생부터 다양한 학문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정한 학점 이수 후 타 대학에 편입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도록 허용하는 ‘복합영역코스’도 실시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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