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18…몽달귀신(20)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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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철은 코로 갓난아기의 살내음을 들이마셨다. 이 세상에 이토록 달콤하고, 애틋하리만큼 정겨운 냄새가 달리 있을까. 하지만 내 코에는 그 냄새가 들러붙어 있다. 익사체는 물에서 건져내면 순식간에 썩는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순식간에, 교동에 있는 애장터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콧구멍을 벌리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긁힌 상처 하나 없는 살, 이 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피할 수 있는 위험도 있거니와 피할 수 없는 위험도 있다. 이 아이를 지켜주어야 하는 나 자신이 피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위험은 정면에서 마주 오는 것만은 아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등뒤에서 머리 위에서 발치에서, 지금도 바짝바짝 소리 없이 다가와 일격을 가할 틈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로서 이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인생에 그림자밖에 떨구지 못한 것처럼 나 역시 이 아이의 인생에 그림자밖에 떨구지 못한다면…, 이 아이는 강하게 커주었으면 좋겠다. 똑똑했으면 좋겠다. 무서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혜는 넝쿨처럼 스르륵 손을 뻗어 남편의 뺨을 어루만지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당신, 이 아 이름은예?”

“아들이면 신태라고 하고, 딸이면 미옥(美玉)이라고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옥. 여자아이답고 예쁜 이름이네예. 미옥, 너 이름은 미옥이다, 미옥아”

미옥은 아버지의 품안에서 울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와 함께 손발마저 파르르 떠는 갓난아기를 쳐다보면서, 우철은 또 한 갓난아기를 떠올렸다. 삼나무집 여자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같은 피를 나누었음에도 이름조차 모르는 여동생.

“나, 눈 좀 붙여도 괜찮을까예?”

“그래, 잠 좀 자라”

“저녁밥은 친정 어머니가 지을 테니까, 다 되면 아버님 어머님하고 도련님하고 같이 드이소”

“아무 생각말고 푹 자라”

“그냥 눈만 감는 겁니다…” 인혜는 딸의 뺨에 입맞춤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맙다…건강한 아를 낳아 주어서”

눈을 감은 채 미소짓는 아내의 입술이 살짝 벌어질 때까지 우철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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