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책상 위에는 시집(詩集) 두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웬 시집입니까.”(기자)
“별로 할 일이 없어서….”(K국장)
“평소에 숨쉴 틈 없이 바쁘신 분이 할 일이 없다니요.”(기자)
“인수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잖아.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데 사무관 몇 명만 있으면 충분하지 국장이 무슨 할 일이 있겠어.”(K국장)
같은 날 한 인터넷 매체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핵심 386측근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386세대인 측근, 젊은 사람들에 대해 뭔가 못미더워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은가.”(질문)
“… 성공한 50대 사업가를 얼마 전 만나 ‘저희들은 아직 어려서 어르신들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했더니, 그분께서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 나도 처음 사업할 때 30대였는데, 그 당시 내 능력이나 포부가 지금보다 나았어’라고 하더라. … 우리 세대가 기존의 전통적인 사회관계나 위계질서 때문에 너무 겸양을 부리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답변)
전문위원이나 386측근에게서 느낄 수 있는 자신감과 패기는 감탄할 만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생깁니다. 공직자가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 영달과 이익만 따진다면 서슬 퍼런 인수위에 ‘감히’ 반론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경제정책은 일장일단과 찬반양론이 있고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벌써부터 관료사회의 언로(言路)가 차단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시를 읽는 공직자나, 뻔히 보이는 부작용을 접어두고 실세(實勢)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밀어붙이는 공직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젊은 그들’이 아직 살아보지 못한 20∼30년의 세월 속에는 배울 것이 정말 없을까요.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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