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소비심리 한겨울' 요즘 광고 보셨습니까

  • 입력 2003년 1월 2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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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화 요금 남은 것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새롬기술의 휴대전화로 하는 국제전화 광고(사진 위)와 성시경이 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저렴하게’ 사랑노래를 들려준다는 KT광고. 광고업계에서 ‘절약’ 메시지는 경기가 불안할 때 많이 등장한다는 게 정설이다. 사진제공 새롬기술 KT
“국제전화 요금 남은 것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새롬기술의 휴대전화로 하는 국제전화 광고(사진 위)와 성시경이 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저렴하게’ 사랑노래를 들려준다는 KT광고. 광고업계에서 ‘절약’ 메시지는 경기가 불안할 때 많이 등장한다는 게 정설이다. 사진제공 새롬기술 KT
《소비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지난해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크게 줄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하면서 국제유가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도 6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소식은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날씨 춥다고 냉장고 못 팔까.’ 광고업계에서는 경기침체기 때마다 어김없이 휘두르는 보검(寶劍)인 ‘절약광고’를 빼들었다.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칼’을 대는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있을 때 아껴야지∼’ 캠페인이 특히 활발한데….》

▽‘네 팬티 95냐 100이냐?’=속옷 가게를 지나치던 MBC 축구해설위원 차범근씨가 문득 아들 차두리를 떠올리고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걸어 팬티 사이즈를 짧게 묻는다. 또 다른 광고에서 차씨는 아들의 경기를 보고 아들의 문제점과 장점을 길게 지적한다. SK텔링크의 휴대전화로 하는 국제전화 ‘00700’을 이용하면 짧게 걸때나 길게 걸때나 부담이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광고에서 차씨가 아들에게 하는 조언은 작가가 쓰지 않고 차씨가 직접 작성해 화제.

▽절약으로 1위 잡자=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00700이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이미지로 ‘절약’을 강조하는 반면, 후발업체인 온세통신은 SK텔링크와 요금을 직접 비교하고 있다. 또 새롬기술은 ‘00770을 쓰면 남는 돈으로 쌍꺼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로 SK텔링크를 위협하고 있다.

00365 온세통신 광고에는 숫자의 양을 가장 효과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주유소 미터기가 등장한다. 오른쪽에는 온세통신의 미국 1분당 요금 174원, 왼쪽에는 SK텔링크의 요금 288원이 표시된다. ‘365일 저렴한 휴대폰 국제전화’라는 카피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제작사인 금강기획 기획5팀 신지나 차장은 “휴대전화로 하는 국제전화는 모두 ‘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싼’ 국제전화가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 비교 기법을 썼다”고 말했다.

장미희씨가 출연해 선글라스 밖으로 쌍꺼풀 수술을 한 눈을 들어 보이며 “00770으로 남겨서 했지”라고 말하는 새롬기술 국제전화 광고는 기획단계부터 SK텔링크를 ‘정조준’했다.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광고4본부 강유성 국장은 “무의식적으로 1위 업체의 식별번호를 누르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쌍꺼풀 수술비’라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특히 “요즘 시장 상황에서 1위가 아닌 업체는 ‘절약’ ‘할인’ 광고를 써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하고 있고, 제품의 품질(통화품질)이 거의 차이가 없다면 가격을 강조하는 ‘절약 캠페인’의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유선전화도=지난해부터 광고량을 늘리고 있는 KT는 최근 ‘성시경 편’에서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 때 KT유선전화를 사용하면 값도 싸고 전자파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성시경은 KT전화로 휴대전화를 가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불러준다. 한편 이 광고에서는 성시경의 여자친구 번호(016-9277-1004)를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KT전화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성시경의 일장 연설을 또 듣는다.

광고업계에서는 “하루빨리 경기불안감이 해소돼, 풍요로운 시절에 많이 하는 이미지 광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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