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토지거래감시구역'지정했지만…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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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연초부터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11월부터였다. 그만큼 지난해 부동산 투자열기는 뜨거웠다. 이런 현상은 우선 300조∼400조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浮動)자금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저금리로 세금을 떼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금융상품이나 급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에서 마음이 멀어진 투자자가 부동산에 몰린 탓도 있다. 이런 요인들은 현재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대선 이후 부동산투자 열기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6100여가구에 이르던 충청지역 미분양아파트는 한 달 만에 1000가구 이상 줄었다. 땅값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거래도 활발하다.

법원경매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평균 낙찰가율도 대선 전 85% 수준에서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충남 공주시 장기와 충북 청원군 오송지역 등에서는 새로 통장을 만드는 사람이 하루 최고 30명에 이른다. 모든 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울트라슈퍼급 호재’에서 비롯된 양상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는 최근 충청권 6개 시와 5개 군의 19억평을 토지거래동향 감시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행정수도 후보지 매입시 보상가를 대선 전 가격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가격 상승률만 적용한 수준에서 결정, 개발이익을 최소화할 방침도 밝혔다. 그렇지만 충청권 부동산 투자열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정부는 부동자금이 충청권에서 맴돌지 않도록 단순히 부동산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돈의 흐름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안정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보다 적극적으로 충청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기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1차례에 걸친 대책을 쏟아내면서 숨바꼭질하던 모습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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