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출신 아사쇼류(朝靑龍·22)가 29일 요코즈나(橫網)로 불리는 최고실력자 자리에 올랐기 때문. 몽골인이 세운 원나라와 고려 연합군이 규슈(九州) 일대에 상륙했던 13세기 때의 사건에 비유해 ‘제2차 몽골 내습’이라고 부르는 일본인도 있다.
스모는 일본 민중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온 일본의 ‘국기(國技)’. 그런데 어느 틈엔가 스모계의 ‘황제’인 요코즈나 두 자리(동군과 서군 한 사람씩)를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모두 차지해 버렸다. 다른 한 명의 요코즈나는 하와이 출신.
더욱이 ‘마이너 리그’로 볼 수 있는 5개 그룹 중 4개의 정상을 2명의 몽골 선수와 그루지야, 불가리아 출신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인은 단 한자리만 차지해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스모계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는 전체의 8%가량인 52명이며 이중 32명이 몽골 출신. 한때 체중 200㎏의 거한이 외국선수의 주류를 차지할 때만 해도 일본인들은 체격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요코즈나에 오른 아사쇼류는 체중 137㎏, 신장 185㎝의 ‘아담한’ 체격. 근육질로 다져진 몸매에 든든한 하체를 바탕으로 구사하는 재빠른 기술에 덩치 큰 선수들이 나가떨어진다.
아사쇼류의 요코즈나 승진, 그리고 다른 외국인 선수의 맹활약을 계기로 역시 ‘헝그리 정신’의 빈곤 때문에 일본선수들이 열세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선수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달려드는 반면 일본선수들은 경제대국의 풍요로운 삶에 젖어버렸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10년은 몽골 시대”라는 말마저 들린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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