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03]실리콘밸리 수출기지 I파크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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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벤처 수출의 전진기지인 실리콘밸리 i파크. IT 경기 침체에 대응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알짜배기 벤처기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 IT벤처 수출의 전진기지인 실리콘밸리 i파크. IT 경기 침체에 대응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알짜배기 벤처기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초기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 대부분 실패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성장 기반을 갖추지 않은 창업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한국 IT산업의 해외수출 전진기지 i파크의 박영준 부소장은 “세계적인 IT 경기 침체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성공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IT 벤처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려면 현지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IT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운영하는 i파크의 정식명칭은 해외IT지원센터. 2000년 8월 실리콘밸리에 최초의 해외 IT지원센터가 문을 연 이후 보스턴, 베이징, 상하이, 런던, 도쿄 등 해외 i파크는 모두 8개로 늘어났다.

기업들로서는 이곳에 입주하면 각종 시설 및 정보 활용은 물론 맞춤형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해외 시장 개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파크는 요즘 IT 경기 침체 속에 새로운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원 업무의 초점을 성공률이 낮은 창업 초기단계 기업보다는 확실한 제품과 수익모델을 갖춘 벤처기업에 맞추고 있는 게 가장 큰 변화.

박 부소장은 “갓 창업한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려면 2∼3년간 기업당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투입해도 모자라지만 본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은 마케팅 및 판매 기법만 전수해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입주기업 자격을 창업 후 2년, 연간매출 5억원, 수출실적 1억원의 벤처기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그 결과 한때 60여개를 넘었던 입주사도 지금은 36개사로 줄었다.

이에 따라 사무실 임대, 마케팅 지원, 컨설팅 서비스 등 각종 지원업무의 효율이 높아져 입주사들의 실적은 치솟고 있다. ACAD, 파이버프로 등 입주사들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3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건실한 입주사들이 늘면서 한국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현지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곳 입주사들이 지난해 현지 벤처캐피털로부터 29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단적인 사례. 한국 내 벤처기업을 미국의 마케팅 전문업체와 연결시키는 ‘마켓이네이블러(ME)’ 프로그램도 본궤도에 올라 지난해에만 1억달러 수준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실리콘밸리(미국)=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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