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해안-한강 철책선 제거 시민단체 두 목소리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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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제거를 추진중인 남구 용현동 번개휴양소 일대 철책. -사진제공 인천 남구청
인천시가 제거를 추진중인 남구 용현동 번개휴양소 일대 철책. -사진제공 인천 남구청
“냉전시대의 산물인 철책선은 제거돼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높아 반대한다.”

군이 대(對)간첩 경계를 목적으로 설치한 철책선을 제거하기 위한 수도권 자치단체들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제거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가 주목된다.

▽철책선 제거=총 96.8㎞ 해안선에 철책선이 설치된 경기도의 김포 고양 파주시 등 3개 자치단체는 시민공원 조성 등을 위해 한강 하류 25㎞ 구간의 철책선을 제거해 줄 것을 지난해 12월 군 당국에 요청했다.

이들은 철책선을 제거하는 대신 군 순찰로 개설 등 효율적인 대북 경계근무 대체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123.6㎞의 해안경계 철책선으로 둘러싸인 인천시는 1989년 12월 월미도 문화의거리를 조성하면서 0.7㎞ 구간을 처음으로 제거했다. 2000년에는 아암도 해안공원과 강화군 초지대교 개통 등에 따라 18.2㎞를 개방한 데 이어 최근까지 28.2㎞를 제거하거나 해안경계 등으로 대체했다.

인천시는 또 올해 남구 용현동 갯골 수로 등 6개 지역 12㎞의 철책선을 걷어내기 위해 현지조사를 거쳐 군 당국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찬성=‘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와 인천경실련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2001년부터 ‘바다 되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천연대는 2월중 시민들을 상대로 철책선 제거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철책선 제거를 촉구하는 △인천시민 1만인 선언(3월) △정책토론회(4월) △철책선 주변 낚시대회(5월) 등을 열어 현안으로 부각시킬 태세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41)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인천이 국제도시로 탈바꿈하는 마당에 철책선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이젠 바다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고양환경운동연합과 고양습지연구회 등 고양지역 시민단체와 시의원들은 한강 하류 철책선 제거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철책선 덕분에 철새와 고라니 등 동물들의 생태계가 그나마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

고양습지연구회 한동욱 회장(35)은 “자치단체들이 개발논리만 앞세워 생태계를 훼손하려 한다”며 “충분한 실태조사를 거쳐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2월부터 고양 파주시 일대 자유로 구간에서 동식물 서식실태를 조사해 보존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와 한강 하류는 군사 전략상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대책 없이 철책선을 철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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