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등 부동산정책 관련 정부 부처가 요즘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졌다. 부동산 값 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투기지역 지정이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특정 지역의 집값이나 땅값이 과도하게 오른 지역을 골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양도소득세를 실거래 가격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이어 시행 후 첫 사례로 인천 울산 수원 창원 익산 등 5곳을 주택 투기지역 후보지로 골라냈다. 작년 12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수준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낮다”며 투기지역 지정을 유보했다.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을 유보한 데는 다른 ‘속사정’도 있다. 이들 지역보다 집값이 훨씬 많이 올랐지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이 쏙 빠진 데 대한 여론의 반응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또 서울 등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등 전국 87곳이 토지 투기지역 후보지로 무더기로 올라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더 복잡하다.
원칙대로 모든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실거래가를 파악해 양도세를 매겨야 한다. 하지만 매매 당사자와 중개업자만 아는 실거래 가격을 파악하는 일은 세무행정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꽁꽁 얼어붙은 서울 등 수도권을 다시 한번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급등세를 타는 대전·충남 일부 지역만 지정할 모양이지만 이 역시 ‘왜 하필이면 나만…’이라는 형평성 문제를 낳을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서민 개인의 입장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사유재산과 밀접한 부동산 관련법이 이처럼 제멋대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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