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대변인은 5일 중앙통신 기자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전력생산을 위한 핵시설들의 가동을 재개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reactivated) 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대변인의 표현으로만 볼 때 북한이 실제 핵시설 가동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긴지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의 북한 움직임에 비춰볼 때 조만간 원자로 가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2일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가동 재개를 선언한 뒤 일사천리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12월21일 영변 5MW 원자로의 봉인을 뜯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무력화시키는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활동 감시장치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갔다.
특히 12월25일에는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있는 새 연료봉을 5MW 원자로에 이동시켰고, 27일에는 IAEA 사찰관을 추방한 뒤 ‘자유롭게’ 핵시설 재가동 준비를 진행해 왔다. 따라서 원자로 가동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작업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는 북한 지도부의 결단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 외무성대변인의 언급이 북한 지도부의 ‘핵가동 결단’을 지칭하는 것이라기보다 원자로 가동여부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특유의 전략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라크 문제로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한발 뒤로 물려놓은 미국에 대해 원자력 가동여부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협상을 앞당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외무성대변인도 북한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다뤄지는 상황을 이미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대변인은 “유엔 안보리가 핵문제를 취급하려면 응당 문제발생과 사태격화의 장본인인 미국의 책임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될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했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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