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에는 유명한 100엔숍인 ‘100엔 플라자’의 본점이 있다. 100엔숍은 무엇이든 100엔(약 1000원)에 파는 상점. 아이섀도 세트와 접는 우산, 시계도 단돈 100엔이면 살 수 있다. 지금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지만 예전에는 도산 직전에 있는 소매점에서 물건을 사 모았다고 한다.
저자는 “100엔숍에 갈 때면 이 세상은 쏟아부은 노동력에 비례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감상을 풀어간다.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내가 3∼4년에 걸쳐 써둔 소설은 대체 얼마에 팔릴 수 있을까? 시간당 10엔 이하? 계산하는 것 자체가 서글퍼서 아예 그만둔다.”
이어 ‘원조교제’를 ‘흥정’하는 소녀들의 장면이 삽입되면서 “이렇게 소녀들마저 헐값으로 소비되어 간다면”이라는 감상이 덧붙는다. 원조교제를 소재로 한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팝’의 에피소드 한 대목이 따라붙는다.
안내서라고 하기엔 다분히 감상적이다. 도쿄의 ‘명소’에 얽힌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꽤 신선한 시각으로 도쿄의 이곳저곳을 바라본다. 장소마다에 얽힌 소설 구절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러면서도 안내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각 단락의 뒤에 붙은 꼼꼼한 정보 덕분. ‘젊음의 거리’ 시부야의 게임센터, 100엔숍의 전화번호나 영업시간 등이 수록됐다. 무료로 판촉용 휴지를 얻을 수 있는 ‘포인트’까지 적혀있다. 음악, 고층 빌딩가, 도쿄대, 전철, 전자제품, 디저트, 술 등 키워드를 통해 도쿄의 명소를 풀어낸다.
저자는 도쿄에서 태어나 자란 도쿄 토박이. 한국에도 수차례 다녀갔고 한국어에도 능통한 ‘한국통’이다. 때문에 ‘외국인(또는 한국인)의 눈’에 신기하게 여겨질 만한 도쿄의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소개할 수 있었다고. 책 말미의 ‘도쿄 100배 즐기기’도 유용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