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옹호자들은 복권 열풍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미국소비자연맹에선 미국인 4명 중 1명이 노후준비에는 저축보다 복권을 사는 게 낫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25달러짜리 복권을 40년간 사봤자 연리 7%로 쳐도 28만6640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복권 한번 터지면 최소한 50만달러니, 이게 훨씬 남는 장사라는 거다. 이자는 곤두박질치는데 실업률은 높아가고, 조세정책은 있는 자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므로 돈 없고 희망 없는 사람들은 별 도리가 없다. 복권이나 사는 수밖에.
▷복권이 ‘빈자(貧者)들의 세금’이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된다. 없는 사람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거둬 한 사람에게 몰아 준다는 의미에서다. 미국의 도박영향에 관한 연구위원회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자는 대졸자보다 4배 많이, 흑인들은 백인보다 5배 더 많이 복권을 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호모 로또리우스들은 서민층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별나다. 중상류층 일부를 제외한 전 국민이 로또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노래패 ‘우리나라’는 새노래 ‘Jotto!! 인생역전’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폭폭한 세상에서 믿을 거라곤 정치종교 필요없다 복권뿐이다/한 큐에 역전 한번 해 보고 싶어 못살겠다 찍어보자 복권뿐이다/…열심히 일해 봐도 안되더라…빡세게 살아봐도 Jotto!!’
▷호모 로또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다음 회차부터는 로또 1등 당첨금을 대폭 줄인다고 한다. 인생역전은 로또 발행 주관사인 국민은행과 10개 정부기관이 해 놓고서 이제 와서 병 주고 약 주는 셈이다. 그러나 로또 당첨금 이월횟수가 두 번으로 제한된다고 해서 호모 로또리우스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열심히 일해 봐도 안 되는 세상, 정치도 종교도 믿을 수 없는 사회풍토가 뒤바뀌지 않는 한 호모 로또리우스는 계속 번성할 수밖에 없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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