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39…강의 왕자(15)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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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 백종을 벌이어 두고

님과 한 곳에 가고자

원(願)을 비옵니다

아으 동동다리

8월 보름날은

아! 가윗날이지만

님을 모시고 가매

오늘이 가윗날이로다

아으 동동다리

강렬한 햇살 속에서 수면에 닿을 듯 말듯 스치며 나는 은색 잠자리, 갈대숲 사이로 스스슥 헤엄치는 소금쟁이, 알몸으로 버드나무 고목에 기어올라가 차례차례 깊은 못으로 뛰어드는 아이들, 벼랑 아래서 환성이 일고, 손뼉과 함께 용하! 용하! 용하! 용하! 으자, 이번에는 내 차례다, 하고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손뼉 치고 이름을 외치는 아이들 속에 소원의 얼굴이…, 갑자기 높은 웃음소리가 일고,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9월9일에

아! 약이라 먹는

국화꽃이 집안에 드니

세서(歲序)가 저물었도다

아으 동동다리

10월에

아! 저미는 보로쇠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도다

아으 동동다리

누구 목소리인지 알겠다. 엄마다. 젖을 빨면서 들었던 노래다. 하얗고 부드러운 손이 내려놓은 깔개에 누워, 솔솔 살랑살랑, 젖 냄새가 얼굴가로 떠다니고, 물 냄새와 섞이고 흘러, 바람이 눈두덩을 쓰다듬으면 눈을 감는다.

11월 봉당자리에

아! 한삼 덮고 누워

슬픈 일보다 더함이여

고운 이를 갈라져서 홀로 지내는구나

아으 동동다리

노래 소리가 그쳤다.

솔솔 살랑살랑.

어째 이리도 조용하단 말인가.

용하.

태어나 제일 먼저 이름을 불러준 사람의 목소리였다.

용하.

바람이 그쳤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고 숨도 없는 것이 강을 흘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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