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는 우째 가면 되는 데예?
부산에서 고성까지는 배를 타고 가고, 배에서 내리면 등산로 입구가 있는 온정리까지는 버스를 타고 20분, 걸어서 가면 한 시간 반은 걸린다. 하지만 금강산 전기철도가 개통되면 철원에서 내금강까지 육로로 갈 수 있게 된다.
며칠이나 걸리는 데예?
배에서 하루를 자야 되니까 이틀이지.
가보고 싶어예.
…음….
혼자서 갈 겁니다.
…같이 가보자.
처자식한테 거짓말하고 말입니까?
…설악산 얘기 좀 해보이소.
설악산은 철철이 풍경이 전혀 다르다. 봄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여름에는 초록이 무성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순백의 세계가 된다. 기암괴석과 폭포 있는 데 구경시켜 주꾸마. 아이고, 우리 미령이한테 보여주고 싶은 데가 하도 많아서….
그 사람은 젖가슴 사이로 손을 밀어 넣고, 눈 감은 나의 맨살에 그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선녀가 놀다 간다고 할 정도로 경치가 좋다. 물도 맑고, 깨끗한 호수도 있고, 지금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내 피부에 발진처럼 돋아 있다.
그 사람이 소진에게 해 준 일이라고는, 면서기 조용택을 시켜 이름 석 자를 적은 종이를 건네준 것뿐. 하지만 나는 원망하지 않았다. 원하고, 애가 타도록 그리워도 원망만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가 지은 딸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아이고 이럴 수가! 세상에 자기 아버지가 한 번도 불러주지 않은 불행한 이름이 어디 있을까! 소진! 소진아! 아이고! 소진아, 가엾은 내 새끼!
그 사람이 단독을 앓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덧없이 죽어버리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병이 무거울 줄 알았으면 쫓겨날 각오를 하고서라도 그 집 문턱을 넘어, 이 아이에게 한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나게 해 주세요, 라고 땅에 머리를 대고 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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