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사법경찰권(강제조사권) 도입, 계좌추적권 영구보유, 전속고발권 유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공정위의 힘이 쎈 나라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정거래 위반을 중대한 범죄로 판단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나라도 드물지요.
1890년 독점금지법(셔먼법)을 만들어 강력한 공정거래정책을 펴는 미국에서도 카르텔(담합) 등 일부 행위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독점적 고발권을 부여하는 전속고발권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고작 일본 정도입니다.
한국 공정위의 힘이 강할 이유도 몇 가지 있을 듯합니다.
미국에는 전속고발권 제도가 없습니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피해가 생기면 개인이 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승소하면 소송비용과 피해금액의 3배를 불공정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집단의 대표가 소송하고 판결의 효력을 함께 갖는 ‘집단소송제’도 도입됐습니다.
한국에는 승소할 때 비용의 3배를 보상받는다는 제도가 없습니다. 개인이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소송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노 당선자는 당초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지만 최근 흐름은 다시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공정위를 둘러싼 여러 제도들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소송제도가 개선되거나 기업 및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 공정위의 권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지요. 다만 장기적으로 권한이 줄어들 때까지, 그 과정에서 공정위의 과도한 권한이 남용되거나 특정한 목적에 악용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더욱이 정치권력에 이용되면 안되겠지요. 한 곳에 집중된 지나친 권한은 항상 문제를 일으키니까요.
이은우 기자 il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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