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통계의 노예'가 되지말자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정말 알 수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게 주가’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지난해 많은 상장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주가는 작년 4월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9·11테러’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었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이듬해 4월 중순까지 100%나 올랐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도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신경제(New Economy)가 활짝 꽃피웠던 2000년 3월부터 미국 나스닥지수는 폭락했다.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를 ‘페타콤플리(Fait accompli·기정사실)’라고 불렀다. 충격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사건이 증시 흐름을 180도 바꿔놓는다는 것.

그는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통계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사로잡혀서는 앞으로 일어날 큰 흐름을 놓치기 쉽기 때문. “백과사전 같은 많은 지식보다는 그것들의 연관성을 찾아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명상과 사색이 더 중요하다”는 것. 살아있는 주식투자의 대가(大家)인 워런 버핏이 오마하라는 ‘시골’에 숨어사는 것도 변덕스러운 시세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을 넘었던 1989년 4월의 주도주는 무역·건설·금융 등 이른바 ‘트로이카주’였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전문가’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소외주’였다. 하지만 1994년 11월과 2000년 7월에 주가를 다시 1,000 위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었다. 시가총액은 100배 안팎이나 급증했다. 트로이카주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폭락과 파산으로 이어졌던 것과 정반대였다.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20세기 초에 컴퓨터가 있었더라면 ‘앞으로 50년 뒤에는 마분(馬糞) 때문에 도시는 마비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있다. 매일매일 시세 변동에 혼이 빠지면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경고다.

꿈을 꾸는 사람이 역사의 주인공이 돼 왔다. 증시도 꿈을 먹고 산다. 경제지표와 심리가 암울하다는 것에 겁먹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새 시대를 열 빛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믿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