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은 2월 18일 “제3자에 피인수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이 회사 주식을 산 외국인이 홍콩에 몰려 있으며 최대주주인 성기학 회장의 지분 7.74%(3일 현재)를 훌쩍 넘었기 때문. 외국인들은 홍콩의 13개 계좌를 통해 정부당국에 신고를 피할 수 있는 5% 미만으로 사들이고 있다.
서울시스템은 2월 말 ‘한글과 컴퓨터’ 지분 3%(약 205만주)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전략적 제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M&A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인수 당시 주가를 감안할 때 비용은 약 15억원. 한컴이 ‘인터넷3인방’으로 불리며 주당 5만원대까지 올랐을 때엔 겨우 2만5400주를 살 수 있던 자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M&A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증시 장기침체로 시가총액이 기업가치보다 낮은 기업이 속출,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M&A가 주목받는 이유=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현금성 자산가치보다 더 적은 ‘헐값’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운용본부장은 “1997년 유동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은 삼성공조뿐이었다”며 “기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주가는 오르지 않아 작년 말에는 이런 기업이 약 5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매물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면서 수익성이 좋은 기업을 알아봐 달라는 외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시가총액 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도 매수할 수 있다고 한다는 것.
▽어떤 기업이 대상인가=무엇보다 △자산가치(특히 현금성 자산)가 시가총액보다 높고 △대주주 지분이 낮으며 △수익성이 좋거나 유통망을 잘 갖춘 회사다.
동아제약은 대주주 지분이 11.05%로 낮은 데다 PBR가 0.77배에 불과해 국내 대형 제약사 가운데 가장 낮게 평가됐다. 유한양행도 PBR가 0.82배에 불과하고 대주주 지분이 적은 데다 튼튼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주목받는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애널리스트는 “약 10억원대에 살 수 있는 코스닥기업의 ‘인수후개발(A&D)’종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워버그핀커스 황성윤 한국대표도 “북한 핵문제 등 단기적 불안요인이 남아있지만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유망하다”며 “현금 창출능력이 높고 주주중시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산 기업 | ||||
기업 | 지분변동신고일 | 취득 후 지분(%) | 외국인 대주주 | 지분 변동 후 주가 등락률(%) |
한국콜마 | 1월2일 | 18.129 | 싱가포르개발은행 | -16.1 |
한미약품 | 1월3일 | 5.27 | 타이거펀드 | -0.3 |
LG애드 | 1월3일 | 5.58 | 타이거펀드 | 12.8 |
삼천리 | 1월16일 | 5.40 | 노이버거 버먼펀드 | -6.8 |
금비 | 1월17일 | 5.075 | 아리섹코리아 | -16.9 |
한국가스공사 | 1월20일 | 5.12 | 캐피털 | 7.1 |
대신증권 | 1월27일 | 6.35 | 모건스탠리딘위터 | 12.6 |
현대약품 | 2월5일 | 5.16 | 바우포스트 | 1.3 |
오뚜기 | 2월3일 | 6.27 | 아리섹코리아 | -3.8 |
서울증권 | 2월14일 | 5.08 | 베어링자산운용 | -2.3 |
부산은행 | 2월21일 | 5.04 | 캐피털 | 1.0 |
지분변동 후 주가 등락률은 2월 28일 종가대비. 자료:증권거래소 |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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