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패러다임이 바뀐다]<3>MS차세대 업무 프로그램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15분


생산성 부문 마케팅담당자 토머스 그루버가 ’MS정보노동센터’에서 차세대 운영체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극장화면보다 훨씬 넓어진 디스플레이와 태블릿PC가 눈길을 끈다. MS가 사진촬영을 불허한 이 센터의 다른 모든 자리에는 모두 PC가 두 대씩 비치돼 있다. 사진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생산성 부문 마케팅담당자 토머스 그루버가 ’MS정보노동센터’에서 차세대 운영체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극장화면보다 훨씬 넓어진 디스플레이와 태블릿PC가 눈길을 끈다. MS가 사진촬영을 불허한 이 센터의 다른 모든 자리에는 모두 PC가 두 대씩 비치돼 있다. 사진제공 마이크로소프트

《‘1 Microsoft Way, Redmond, WA 98052-6399’

회사 이름이 주소인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시의 마이크로소프트(MS) ‘캠퍼스’. 4, 5층 짜리 건물 30여 개로 이뤄진 MS 캠퍼스는 잘 정돈된 편도 2차선 도로와 건물 주위를 둘러싼 잔디밭, 폭 1m 정도로 길게 뻗은 산책로 등으로만 보면 미국의 여느 주택가와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업체는 ‘평화’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호수에 우아하게 떠가는 백조는 물밑으로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최고기술책임자(CTO) 크레이크 먼디의 말대로 MS는 벌써부터 5년 뒤를 준비하고 있었다. 후기 IT(Post IT)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의 정보 노동자=MS 캠퍼스 31동의 ‘MS 정보 노동 센터’. 이곳은 MS가 개발 중인 차세대 컴퓨터 운영체제와 각종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결합됐을 때 업무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를 ‘체험’ 형식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센터에 들어서자 기자에게는 ‘콘토소’사의 직원이라는 새로운 신분과 지문인식 겸용 ID카드가 발급됐다. 휴대용 기기 제조업체인 콘토소사의 사무실 자리에 앉아 ID카드의 지문인식 부분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카드를 PC에 삽입하자, 3개의 모니터로 이뤄진 스크린에 차세대 운영체제가 뜬다. MS는 이를 그저 ‘프로토타입(견본)’이라고 부른다.

왼쪽 화면에는 인스턴트 메신저에 연결된 ‘친구’ 목록이 한 쪽에 나타나고, 화면 아래쪽으로는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의 목록이 ‘데드라인’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가운데 화면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오른쪽 화면에는 가정용 비디오 녹화 등 홈네트워크와 연결된 기능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들이 모여있다.

순간 사무실 내의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에 프로젝트 매니저 캐빈의 동영상 메일이 나타났다. “경쟁사인 ‘패브리캠’측이 콘토소 제품보다 뛰어난 기기를 곧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왔다. 그는 또 “2시간 뒤로 예정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사보다 뛰어난 신제품 시판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하라”고 부탁했다.

▽“즉시 발표하라”=담당자들이 태블릿PC를 들고 회의실에 모였다. 진행자가 음성으로 “한 달 뒤에 신제품을 내놓는 일정에 맞춰 자재를 공급할 업체를 보여달라”고 하자 멕시코의 한 업체와 이 업체에 인맥을 갖고 있는 직원을 동시에 화면에 보여준다. 드랙&드롭 방식으로 그 직원을 회의실의 화면에 옮기자 담당 직원은 사무실에 앉은 상태에서 회의에 참여한다.

제품 개발자와 행정 업무 담당자들도 온라인 상에서 회의에 참여한다. 그 중에는 출장 중에 비행기 안의 터치스크린방식 모니터를 통해, 운전 중에 음성인식 오토PC를 이용해 회의에 참여하는 직원도 있었다. 외부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회의실의 ‘링캠’(Ring Cam·360도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이 전달해 주는 회의 참석자의 얼굴을 보며 음성으로 의사 소통을 했다. 또 회의실의 화이트 보드에는 회의 진행자뿐 아니라 회의 참석자들이 태블릿PC에서 손으로 입력하는 내용이 모두 표시돼 따로 메모를 할 필요가 없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부문별 역할이 결정되자 패브리캠사보다 제품을 먼저 내놓기 위한 각 담당자들의 역할이 즉석에서 정해졌고 회의실의 컴퓨터는 모든 일정을 계산, 제품 시판일을 정확히 한 달 뒤라고 예측했다. 이는 패브리캠사보다 1, 2주 빠른 일정이었다. 회의는 불과 30여분만에 끝이 났다.

직원들은 회의실에 들고 온 태블릿PC를 이용해 CEO의 인터뷰가 방송되는 채널을 예약녹화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TV 화면에 나타난 CEO는 자신 있게 “정확히 한 달 뒤, 지금 제품보다 모든 면에서 기능이 발전된 ‘4000엑셀’을 내놓게 됐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앵커에게 말했다. ‘만세’.

▽하이퍼 무어의 법칙=CTO 크레이그 먼디는 “무어는 틀렸다”고 말했다. 18개월마다 컴퓨터의 성능이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과 달리 최근 저장장치와 그래픽장치 등의 성능은 평균 12개월에 한 번씩 두 배로 발전해 왔다는 것. MS는 이를 ‘하이퍼 무어의 법칙’으로 부르며 2, 3년 뒤에는 이 법칙에 따라 ‘콘토소’와 같은 회사가 출현할 것으로 내다본다.

‘넘버 원’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MS는 ‘디지털 데케이드’(Digital Decade)라고 명명한 2010년까지 플랫폼 제공업체 넘버원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매년 50억 달러(약6조원)를 투자해 개발해 온 각종 서버와 PC용 소프트웨어들이 기업과 개인의 행동양식을 효율적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MS의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네슬레, GE, 로레알, NEC, EDS, 도요타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MS의 닷넷 플랫폼 등 업무효율화 프로그램을 도입, ‘콘토소’ 스타일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비용을 줄인 대가로 매년 수 백만 달러의 추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사업부문 애드리언 홀 이사는 “모든 업종에 걸쳐 정보기술(IT)의 도움을 받지 않고 최고의 품질, 빠른 의사결정,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시대가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5∼10년 간 크게 성장할 포스트 IT 시대의 업무효율화 시장에서 세계 톱 IT기업들은 또 한 차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드먼드(미국)=나성엽기자 cpu@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MS "IT에 3力을 입혀라" ▼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고 비즈니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매력(Engaging) △통제력(controlling) △창조력(Creating) 등 3력(力)을 들었다.

차세대 제품 개발팀의 피에르 드 브리 이사는 “이 세 요소가 모두 제 역할을 해야 IT기술이 생활 속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력(魅力)=IT기술을 접목했을 때 비즈니스가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이 그 예. 이들 기술 덕분에 현재 생산라인에 제품이 어느 단계에까지 와 있고, 고객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드 브리 이사는 “이들 요소를 고객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MS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있으며 한 예가 ‘오류 보고(Crash Report)’”라고 말했다. MS는 IT기술이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안성(Security) △비공개성(Privacy) △신뢰성(Reliability)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윈도 운영체제 사용 중 에러가 났을 때 사용자들이 ‘오류보고’ 버튼만 누르면 인터넷을 통해 미국 본사로 오류 내용이 접수되도록 하고 있다.

MS는 그동안 오류보고를 받아 각종 드라이버 응용프로그램 등 타사 제품의 오류까지 수정하는 작업을 해 왔다. 오류의 원인을 타사가 제공했더라도 오류메시지는 윈도가 띄우기 때문에 결국 MS가 매력을 잃게 되기 때문. 드 브리 이사는 “오류보고 창이 뜨면 제발 ‘예스’ 버튼을 눌러 달라”고 당부했다.

▽통제력(統制力)=기업 입장에서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 못지 않게, ‘그것’이 비즈니스에 어떤 순영향을 주도록 정보를 통제하는 것. 최근 미국의 ‘애머런스’사는 식당들에 무선인터넷과 서버로 이뤄진 POS(판매시점관리·Point of Sales)시스템을 판매했다.

먼저 손님이 오면 종업원은 음료를 주문 받아 휴대용 단말기에 입력한다. 입력된 주문 내용은 무선네트워크로 즉시 주방으로 전해지고, 종업원이 메인 요리를 주문을 낼 때쯤 음료수는 이미 테이블에 도착한다. 주문을 다 받고 종업원이 생긋 웃으며 “즐거운 식사시간 되세요”라며 몇 마디 잡담을 하는 동안 이미 주방에서는 구워진 스테이크 위에 소스를 뿌리고 있다. 고객쪽에서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고,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창조력(創造力)=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머리 속에 잠자고 있는 창의성을 이끌어내 혁신으로 변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개발, 기획부서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며 다른 부서 인력의 아이디어라도 ‘얘기가 되는 것’이면 재빨리 이를 동력화(動力化)해 비즈니스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드 브리 이사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대출시 액수가 적으면 자동화된 신용인증 시스템으로 대출자가 스스로 신용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대규모 대출만 사람이 개입하고 있다”며 “그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인식돼온 단순업무를 IT기술이 대신하고, 사람은 더욱 창의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큰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드먼드(미국)=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