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할아버지(70) 댁이지요? 할아버지가 지금 지하철 분당선 종착역인 오리역에서 길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댁까지 모시고 가려고 하니 30분 뒤에 집 앞으로 나와 주세요.”
분당구가 최근 ‘콜하우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사회복지팀은 ‘5분 대기조’가 됐다.
길 잃은 독거 및 치매노인을 집이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이 서비스는 분당구의 아이디어 행정 상품.
콜하우스 운영을 위해 분당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 330명과 치매노인 70명 등 400명에게 콜하우스의 연락처와 이름, 일련번호 등이 새겨진 팔찌를 나눠주었다. 이 팔찌를 보고 본인이나 주변사람이 전화를 하면 대기 직원이 콜하우스 차량을 몰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김 할아버지가 있다는 오리역으로 차를 몰던 이씨는 “예전에는 업무가 많을 때 전화벨 소리가 짜증스럽게 들렸는데 콜하우스 제도를 시작한 이후 구조요청처럼 들려 만사 제쳐두고 전화부터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오리역에 도착하자 콜하우스로 전화를 건 오리역 부역장이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할아버지의 댁 앞에서 며느리를 만났다. 며느리는 “약 기운이 떨어지면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셔서 늘 걱정했는데…”라며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콜하우스 접수 30분 만에 임무 수행 완료.
돌아서는 이씨는 “길 잃은 노인의 집을 찾는 일은 정말 힘이 듭니다. 보통 파출소에서 지문채취를 통해 주소를 알아내지만 노인들의 지문은 제대로 식별이 안 돼 한달여 만에 집을 찾은 일도 있다”며 콜하우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콜하우스 센터의 행동대장격인 송광규(宋光奎) 팀장도 이씨를 거들었다.
“‘우리가 애들도 아닌데…’라며 팔찌 달기를 거부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금 처리를 하는 등 팔찌 모양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차량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해 1000만원의 예산도 확보했습니다. 콜택시처럼 이용하면 됩니다. 분당에 거주하는 독거·치매노인 모두가 등록하길 바랍니다.”
이들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가 분당구 서현동 쪽에 있는 N병원에 입원해 있다는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조○○ 할아버지(69), 계신 데가 어디세요?”
콜하우스는 물론 무료다. 031-710-2320∼4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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