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단체 등을 통한 간접적인 분양가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규제는 주택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는 논리다.
이 정도면 거의 ‘협박’ 수준이다. 지난해 집값이 뛴 이유 중 하나가 높은 분양가 때문이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이 같은 빈약한 논리를 앞세워 분양가에 일절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형 주택건설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의 설명은 더 실망스럽다.
업계 내부에서도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서민용이 아닌 고급 주택에 한정된 것이란다.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있다. 올해 서울 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1184만원이다. 작년보다 41%나 뛰었다.
32평형 아파트값이 3억7000만원이 넘는다. 연봉 3000만원인 봉급생활자가 한푼도 안 쓰고 12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분양가 규제를, 그것도 규제라고까지 할 것도 없는 소비자 단체의 견제를 막아달라고 한다.
고급 주택에 한정된 분양가 상승이라는 건설업계의 설명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최근 모 건설회사가 경기 광명시에 내놓은 22평형 아파트 분양가는 무려 2억2550만원에 이른다.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광명에 있는 22평형은 고급 주택인가.
물론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 인건비도 상승했다.
그렇다고 해도 20평형대 소형 아파트값이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분양대행회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손을 쓰지 않는다면 언론이라도 나서서 분양가 인상을 막아줘야 합니다. 분양을 하면서도 이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설업계는 한번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최소한 지금은 분양가 간접규제 철폐의 목소리를 높일 때가 아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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