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급식소가 자리를 잡고 관악구청에서 이를 맡아 운영하게 되자 이 할머니는 1996년 신도림역 앞에 ‘무료급식소 2호점’을 열었다.
급식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낮 12시 배식을 실시한다.
처음에는 이 할머니 혼자 급식소를 꾸려갔지만 얼마 전부터 구로구청에서 도우미 3명과 함께 싼 가격에 쌀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하루 평균 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과 노숙자 등은 70∼80명 정도로 부식비를 비롯해 운영비만 한 달에 200여만원이 든다.
물론 이는 고스란히 이 할머니의 몫. 그는 매달 집세로 받는 돈을 모두 급식소 운영에 쏟아붓고 있다.
“노인들이 맛나게 먹는 걸 보면 그냥 마음이 편하고 참 좋아. 자식한테 돈 물려주는 게 뭐가 중요해.”
이런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급식소에서 만난 친구를 잃는 일.
“매일 나오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일 때가 많아. 나보다 정정했는데 먼저 가는 걸 보면 마음이 그렇게 시릴 수가 없어.”
10여년을 하루같이 급식소에 나와 노인들을 챙기던 이 할머니는 지난해 9월 당뇨병과 간경화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식단만큼은 매일 새로운 반찬으로 자신이 직접 짜고 있다. 도우미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 음식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소년소녀 가장, 출소자들을 돕는 데도 앞장서는 이 할머니는 더 많은 곳을 다니며 봉사하기 위해 일흔의 나이에 운전면허를 따 손수 차를 몰고 다닌다. 또 과거 경찰을 하던 경험을 살려 사고가 많은 개봉동 인근 사거리에서 1988년부터 13년여 동안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교통지도를 해 동네에선 ‘교통 할머니’로 불리고 있다.
이 할머니는 “몸은 좀 아프고 힘들어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나눔의 삶이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미소였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구독 229
구독 62
구독 2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