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우철은 눈을 떴다. 마침 그때 하얀 바지저고리 차림의 청년이 호외를 뿌리면서 가게 앞으로 뛰어 지나갔다.
“호외요! 호외!”
전쟁인가? 우철은 햇빛과 시끌벅적한 소리에 주춤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강렬한 햇빛에 눈앞이 어찔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철은 길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동아일보 호외를 주워들었다.
<대망의 올림픽 마라손 성전의 최고봉 정복 전 세계의 시청을 한 곳 여기에 모으고 손기정군 당당 우승 남승룡군도 당당 삼착 입상에>
“아버지, 나쁜 소식이가?” 미옥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아니다, 굉장한 소식이다. 마라손에서 조선 선수가 메달을 땄다. 금하고 동메달이다. 정말로 대단타.”
우철은 두 손으로 딸을 안아 올렸다. 장작을 한 다발 껴안고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다. 뜨겁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흘러 떨어져 눈을 뜨고 있기도 마음 같지 않다. 두개골 속에서 눈알이 쉭-쉭- 쪄지고 있는 것처럼,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우물물을 몇 바가지나 뒤집어써도 이 뜨거움은 식지 않을 것이다. 뜨겁다! 이 뜨거움을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
“미옥아, 아버지 좀 뛰고 올테니까네, 할머니 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가게 좀 보고 있가라.”
“손님 오면 우짤라고?”
“오십 전입니다, 카고 돈 받고 고무신 주면 된다.”
“잔돈이면 우짜고?”
“손님한테 계산해 달라고 해라.”
“모자나 우산 달라고 카면.”
“고무신 사러 오는 사람밖에 없을 끼다. 그러니까 괜찮다. 할매도 금방 올 끼고, 아버지도 금방 온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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