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여성용 비아그라' 신통찮다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07분


여성의 성은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여성 성기능장애 치료제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여성의 성은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여성 성기능장애 치료제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5년 전인 1998년 이맘때 비아그라가 등장했을 당시 성 의학자들은 곧 ‘여성용 비아그라’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측은 틀렸다. 여성의 성문제는 남성처럼 녹록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성 의학자들은 비아그라는 음경에서 피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PD-5 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음경에 혈액이 충만케 하는 방법으로 즉각적으로 발기를 유도하지만 여성의 성기는 금방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의 성적 흥분은 단순한 유체역학(流體力學)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미국 메릴랜드대의 레너드 디로가티스 교수는 “남자의 발기부전은 원인과 과정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아주 미묘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성욕이 없으면 거의 흥분하지 못하며 얼핏 성기능 장애로 보이는 것 중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은 발기 자체가 성이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으며 따라서 ‘남성은 성기로, 여성은 뇌로 섹스한다’는 말까지 있다.

물론 남성에게도 성욕이 성적 흥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에게서 성욕은 남성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보스턴대 의대의 어윈 골드스타인 박사는 “남녀의 성기능 장애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남자에게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에 비해 20∼30배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게서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호르몬은 성욕을 일으킨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여성에게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복잡 미묘한 요인과 합쳐 성욕을 일으키므로 5년 내에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는 약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학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여성의 감정, 자존심, 이완능력 등이 성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지만 성관계 때 여성의 성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최근에야 탐구하기 시작했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이 분야는 아직 초보단계이며 여성의 성기능에 대한 변변한 교과서 하나 없으니 질(膣)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5년 동안 쥐와 토끼 등을 대상으로 성적 반응을 조사해 왔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이들 동물의 외음부 조직을 떼어내 어떻게 수축하고 이완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가들은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흥분했을 때 질과 음핵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뇌의 성적 욕구가 어떻게 성기 조직의 자극으로 바뀌는지를 알려고 한다.

여하튼 지금까지는 여성에게는 비아그라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질의 4개층 중 1개층에서만 PD-5 효소의 기능을 막기 때문.

최근에는 고무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의 제니퍼 베르만 박사가 호르몬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는 202명의 폐경기 여성을 2개 군으로 나눠 각각 비아그라와 가짜약을 먹게 했더니 비아그라 복용 그룹의 57%가 성적 예민도가 개선된 반면 가짜약 복용 그룹에서는 43%만이 자극에 민감해졌다는 것. 또 비아그라 복용자의 41%가 성적 만족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응답해 가짜약 복용 그룹의 27%보다 월등히 높았다.

베르만 박사는 “비록 두 그룹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고 남편과 정상적으로 정신적 교류를 하고 있다면 비아그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사의 시알리스, 바이엘사와 GSK사의 레비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도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약도 PD-5 효소에 작용한다. 두 약 모두 여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효과는 연구되지 않았다.

의학자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폐경기 이후에 성호르몬이 줄면서 성기능 장애가 생기므로 호르몬요법이 ‘회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면 질이 건조해지며 남성호르몬이 줄면 성욕과 흥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젤과 패치 형태의 남성호르몬 제제 역시 여성 성기능 장애를 개선시킬 수 있다.

뇌에 작용하는 아포모르핀 성분의 약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유프리마라는 약이 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약으로 음핵의 팽창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 약이 여성 성기능 장애에 정말 효과적인지 아직 확답하기에 이르다.

프로스타글라딘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크림도 성기의 혈액 흐름을 촉진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은 아니지만 제스트라, X사이트, 아브리밀 등의 크림과 알약은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과 이완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여성 성기능 장애와 관련해 FDA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는 것은 ‘에로스 클리토리스 치료 기구’가 유일하다. 이 기구는 펌프가 달린 플라스틱 진공컵으로 음핵을 덮으면 조직에 피가 유입돼 팽창하게 된다.

사실 아직 여성 성기능 장애 환자의 수에 대해서도 논란 중이다.

1992년 미국 시카고대의 사회학자인 에드워드 로먼 박사가 18∼59세 여성과 40세 이상 남성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여성의 43%가 성기능 장애여서 남성의 18%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미국 인디애나대 킨지연구소의 존 밴크로프트 박사는 43%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조사대상자는 성욕이 낮은지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지만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밴크로프트 박사는 20∼65세 여성을 조사했더니 오로지 24.4%만이 성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성욕이 부족해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지 않거나, 임신 또는 수유 중이거나, 생리주기 중 특정 기간에는 성욕과 관련한 스위치가 꺼지기 때문에 성욕이 떨어지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밴크로프트 박사는 남성은 시스템에 고장이 나는 경우는 있어도 스위치가 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http://www.nytimes.com/2003/03/25/health/womenshealth/25SEX.html)

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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