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인 봄은 왔지만 증시와 경제는 여전히 싸늘한 바람만 불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에 볼모로 잡힌 증시는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2월중 도소매 판매가 50개월 만에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신용카드 채권(카드채) 문제도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1,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액면금액의 23∼27%에 팔렸던 카드채가 지금은 10∼15% 받기도 쉽지 않다.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늘면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와 가계 부실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외국 증권사가 한국의 대표적 금융회사인 국민은행과 삼성증권의 투자등급을 낮추고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 이런 불안을 뒷받침한다.
1·4분기(1∼3월)까지는 겨우 버텼던 기업이익이 2·4분기(4∼6월)부터는 급속히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중국발 ‘괴질’에 대한 공포로 투자심리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사흘째 떨어져 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31일 22포인트 이상 오르지 않으면 4개월 연속 음봉이 나타난다. 현재 지수는 ‘9·11테러’이후 2002년 4월까지 올랐던 480포인트의 거의 대부분을 까먹은 수준이어서 반등이 나와도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종합주가가 500선 근처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겠다는 기관과 개인들도 적지 않다. 당장 크게 오르기도 힘들지만 추가 하락 위험도 그다지 크지 않다. 2·4분기 중에는 500∼650의 박스권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증시엔 전혀 생각지도 않게 주가가 크게 오르는 의외성이 종종 나타난다. 120일 이동평균선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120일선이 240일선을 돌파하며, 종합주가가 3개월째 상승해 ‘적삼병(赤三兵)’이 나타나면 대세 상승이 확인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거래량이 최근 6개월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 어느 정도 봄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진정한 봄은 언제 오려나.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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