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따로 떠 있다가 흘러서는 합쳐져, 봉긋한 젖가슴처럼 부풀어오르는, 몇 년 만일까? 이렇게 구름을 올려다보는 것이? 지금은 내 얼굴도, 나를 보는 누군가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 마냥 구름만 바라보고 싶다. 메뚜기가 얼굴 위로 폴짝 뛰어넘는가 싶었는데, 코 위에 뭐가 앉았다. 눈을 조아리고 보니, 부옇게 하양 검정 줄무늬가 보였다. 각다귀다, 뭐 물리면 어떠랴, 내 피를 빨고 싶거든 얼마든지 빨아도 상관없다.
다리가 생기면서 왕래가 활발해지고, 시장이 서는 날에는 배다리로 건너던 때보다 벌이가 좋아졌지만 그래봐야 기껏 열 켤레쯤 더 팔리는 정도다. 고무신이 한 켤레도 팔리지 않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어 조선사람들의 살림이 지금보다 더 궁해지면, 닳아서 구멍난 고무신이라도 신고 다닐 것이고, 제 손으로 꼰 짚신으로 견디는 일도 있을 것이다. 슬슬 고무신 장사는 접을 때다, 돈이 될만한 다른 일로 바꿔야 한다. 가령 기록 단축에 성공하여 4년 후에 있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한들, 일본이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 열한 살 난 동생과 세 살 난 아들, 여섯 살짜리와 이제 생후 넉 달 된 딸, 이번에 태어나는 아이는 아들일까, 딸일까? 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려면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10년? 15년? 보통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더 빨리 달리고 싶다는 바람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바람이 너무 강해서 배와 등을 세게 얻어맞았을 때처럼 숨이 막히고, 첫닭이 울기를 고통스럽게 기다렸던 밤도 있었다. 달릴 때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데, 달리지 않을 때는 달리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달린다! 온 마음과 몸을 긴장하고, 그리고 도약한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단숨에 본다 퍼지는 빛을 흔들리는 그림자를 큐큐 파파 나는 단숨에 느낀다 고동치는 가슴을 발 아래로 흐르는 지면을 큐큐 파파 나는 단숨에 듣는다 큐큐 파파 내 숨소리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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