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많은 주민들이 억울하게 죽었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주민들도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이곳 주민에게 지난달 30일부터 식수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31일 각국 기자 30여명이 버스를 타고 급수 현장으로 갔다.
버스에 동석한 영국 군인들은 버스가 비무장지대에 들어서자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하고, 군화 끈을 조였다. 기자들에게도 방탄복 착용을 당부했다.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버스가 도착한 움카스르 인접 영국군 부대에서는 이라크인들이 탄 물탱크 차량 10여대가 5∼6m 높이의 대형 물탱크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 식수는 국경 건너 6∼7㎞ 남쪽 쿠웨이트의 한 지하샘에서 파이프를 통해 끌어왔다. 영국군은 직경 200㎜ PVC 파이프를 통해 하루 최대 200만L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대 철조망 밖에서는 마을 주민 20여명이 수도에서 물을 받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나가는 군인들에게 손을 벌려 물을 구걸하기도 했다.
바스라로부터 가져온 물을 돈을 받고 파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영국군 관계자가 전했다.
움카스르는 인구 3만5000명의 항구도시로 물을 바스라로부터 공급받고 있었지만 개전 뒤 물 공급이 거의 끊겼다.
영국 해병 여단장인 스티브 콕스 대령은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절실한 물을 공급하고, 주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바트당원을 색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콕스 대령은 “처음에는 이라크인들의 태도가 굳어 있었지만 지금은 순찰대에 손도 흔들어주는 등 긴장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구 피했다. “아직 전쟁 결과를 불확실하게 여긴 주민들이 91년 걸프전 때처럼 바트당의 보복을 두려워해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영국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계절은 빠르게 여름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곳의 낮 최고 기온은 전날 섭씨 24도에서 5도나 올라간 29도를 기록했다.
이런 날씨 속에 이라크 주민들은 물과의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움카스르=김성규특파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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