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사(驛舍) 가판대 매점 등의 운영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운영 주체인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제3자에게 불법으로 위탁 운영하는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의회는 최근 시민토론회를 여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하철역사 매점 어떻게 운영되나=현행 장애인복지법과 노인복지법, 서울시 조례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역사 내 10㎡ 이하의 가판대나 매점(자동판매기 포함)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모자가정의 여성, 독립유공자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 장애인과 노인 등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서울의 지하철역사 가판대와 매점 등은 현재 947곳. 이 가운데 장애인이 약 55%, 노인이 35%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문제점=장애등급 2급 이상인 장애인의 경우 민법상 8촌 이내의 친족을 대리인으로 두어 운영할 수 있지만 제3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서울시가 최근 조사한 결과 판매대 81곳은 전문유통업자가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곳은 아예 유통업자에게 불법 전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장애인이나 노인이 신청해야 하는 법규를 어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는 2002년 12월 서울지하철공사에 접수된 서류 7133건 가운데 4181건은 전문유통업체가 개입해 집단 접수한 사실도 확인했다.
제3자 운영은 불법이며 이로 인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유통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위탁 운영은 불가피”=위탁 운영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대체적인 의견.
시민토론회에서 한 장애인단체 대표는 “지하철 판매대 운영은 상당한 노동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노인이나 1, 2급 장애인이 직접 운영하기 어렵다”며 “유통업자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지만 이것이라도 있어야 장애인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은 “가족이나 친척을 대리인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지만 자기 일이 있어 가판대에 매달릴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는 가지만 불법”=서울시는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하지만 제3자 위탁운영은 엄연한 불법이고 이 제도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서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운영자를 정한 뒤 그 수익금으로 장애인 노인기금을 만들거나 아예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시와 시의회는 “현실과 법을 모두 고려해 현행 법령을 유지하면서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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